◎삼성/「의도성」 부인속 “시장원리” 여운/기아자/“경영권 위기” 판단 전사적 대응 삼성생명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 파문이 제2라운드로 확전될 조짐이다.
기아자동차 한승준사장과 삼성생명의 황학수사장이 18일상오 각각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매각사실이 밝혀진이후 처음으로 양측 당사자들이 공식입장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이 회견에서 양사는 이번 사태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에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에따라 증권계와 재계는 『이번 회견을 계기로 양측이 「정면대결」에 들어갈 것같다』『미국에서나 벌어졌던 경영대권을 위한 살벌한 「M&A(기업인수·합병)공방전」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또 기아자동차측이 최근 삼성의 자사주매집이 삼성생명 삼성증권 안국화재등 「예하부대」를 무더기로 출동시킨 「음모」로 간주하고 있어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 대 7위인 기아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에 머물고 있는 민경중고문이나 포드 마쓰다 이토추등 외국대주주들이 이미 삼성측과 「막후협상」을 벌였다는 소문이 유포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최종 승자가 과연 누가 될지 아직 알수없는 상황이다.
한사장이 이날 밝힌 기아측의 입장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삼성의 주식매집은 『궁극적으로 기아를 인수·합병하려는 기도이며 기아 경영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시각이다.
두번째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응전」은 다시 직원들의 회사 「수성」과 정부나 여론의 지지유도등 「원군요청」으로 나누어진다. 한사장이 밝힌 ▲전사원의 기아주식사기운동 전개 ▲3백여개 협력회사의 기아지분 확대 ▲경영발전위원회의 연금(기아사원이 재산증식을 위해 세운 기구로 현재 7백억원이 적립된 상태) 자사주 매입확대등은 전자다. 말하자면 임직원들이 자사주식을 매입,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후자는 대정부 건의…. 한사장은 『재벌이 소유한 금융회사가 재벌의 사금고화하고 상장법인에 대한 소유제한제도(대주주1인외 나머지 주주는 10%를 넘지 못한다는 증권거래법 규정. 내년부터 폐지하기 위해 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중이다)가 폐지되면 상장중소기업은 물론 소유분산이 잘된 대기업도 「기업사냥」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며 현행 M&A관련 법규나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의 M&A관련 규정은 허점투성이(본보 17일자 경제면 참조)다.
마지막은 삼성에 대한 매각촉구. 기아측은 『의구심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하다』며 삼성측이 기아자동차주식을 매각, 「무장해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 『오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시정하겠지만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황사장은 『포트폴리오(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기법)에 따라 기아자동차 주식을 사들였다. 경영권 지배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들어 자동차 주식은 수출호조로 기관투자자들의 인기투자종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황사장의 발표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관투자자(삼성생명같이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투자기관)의 의결권은 법의 테두리안에서 상식에 반하지 않는다면 행사할 수도 있다』『보유주식매각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하겠다』는것이다. 이는 기아자동차 주식이 투자할만한 종목이라면 추가로 매입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결권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깊은 여운을 남겼다.【김경철기자】
◎기아자 한승준사장/“순수한 투자로 안봐… 비상책 추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을 회사측은 어떻게 보고 있나.
▲그룹사장단 회의등에서 삼성이 궁극적으로 기아의 인수·합병(M&A)을 기도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생명의 황사장은 단순한 투자라고 거듭 강조했다는데.
▲결코 순수한 투자가 아니다. 우선 3분기중 기아주식을 1백17회나 사들이면서 단 한주도 팔지않는등 주식거래 내용이 비상식적이다. 또한 삼성생명 삼성증권 안국화재등 3개계열사가 일제히 사들이기 시작, 현재 기아자동차에 대한 지분율이 10%에 육박,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경영권을 지킬 방법은 있는가.
▲기아그룹 전체사원들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우리사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등「전사원의 기아주식사기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3백여개 협력회사들이 기아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아울러 현행 M&A관련 법규나 규정에 허점이 많은만큼 정부가 보완책을 수립해 줄것을 건의하겠다. 무엇보다 삼성이 보유주식을 매각할것을 촉구한다.
―삼성의 상용차시장 진출을 어떻게 보는지.
▲과잉중복투자란 점에서 삼성의 진출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 기아 대주주들이 삼성쪽으로 돌아섰다』『김선홍그룹회장이 위장분산지분을 10%나 가지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설명해달라.
▲대주주의 분열은 있을 수 없다. 김상문그룹고문(창업주인 고 김철호씨의 장남)은 애사심이 남다른 분이다. 또 포드나 마쓰다, 이토추등 외국합작사는 기아의 입장을 걱정하고 있다. 김회장의 지분은 0.05%이며 위장분산지분은 결코 없을것이다. 【김경철기자】
◎삼성생명 황학수사장/“투자수익따라 팔수도 더살수도”
―삼성생명이 기아자동차 주식을 6월 이후 집중적으로 사들인것에 대해 경영권을 장악하려는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경영권 지배의도는 추호도 없다. 기아자동차주식 매입은 순전히 자산운용차원의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대등 자동차주식이 여러개가 있는데 특히 기아주식을 많이 산 이유는.
▲기아의 주가가 1만8천원대로 비교적 낮았고 6월이후 가격변동이 거의 없어 되팔 기회가 없었다. 시장용어로 『물렸다』고 볼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막을 법규가 없는데 앞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 않나.
▲법규 범위 내에서,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이 행해온 상식수준에서 행사할 수 있을것이다. 부실기업을 인수·합병한다거나 유상증자 배제, 배당 차등화등 투자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영권 장악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투자수익과 관계없이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매각할 계획은 없나.
▲수익이 나면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경영권장악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고 본다. 투자수익이 기대되면 팔 수도, 더 살 수도 있다.
―기아자동차 주식 매입시 그룹차원에서 사전에 상의한 일이 있나.
▲그런 일 없다. 일개 주식을 사고 파는데 일일이 보고 하는 경우는 없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매입후 사후보고를 해오고 있다.【김상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