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도화 등 1,275점… 장애극복 의지 엿보여 한국화단의 거목이며, 청각 장애인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운보 김기창씨의 팔순을 기념하는 대회고전(30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전관)과 근작전(20∼30일 갤러리현대, 734―8215)이 열려 이 가을의 의미있는 대규모 미술행사가 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명성을 날리기 시작해서 60년이상의 화업을 통해 운보는 구상과 추상의 장르구분을 넘나들고 또한 파괴하면서, 거의 10년단위로 자신의 회화세계를 혁신하는 우람한 발자국을 찍어왔다.
예술의 전당에는 회화와 도화, 삽화, 스케치, 관련사진과 자료등 1천2백75점이 출품되어 그의 다양하게 변화돼온 거인적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갤러리현대에는 일반에게 친숙해 있는 「청록산수」와 「바보산수」를 중심으로 한 근작회화 25점이 전시된다.
『내 그림은 모두가 대표작』이라고 자랑한 바 있는 그의 그림은 스승 이당 김은호에게서 영향을 받은 세필채색화 시대(이 시기는 그가 선전에서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비롯해서 4회연속 특선함으로써 27세로 추천작가에 오르던 시기이다), 예수의 일대기를 한국적 풍속화로 보여주던 50년대초의 성화시대를 거쳤다.
입체파적인 특징을 보인 50년대후반에 이어 그는 우리 산하가 지닌 충만한 생명력을 윤기 흐르는 초록색으로 표현한 「청록산수」와 우리의 민화가 지닌 멋과 해학, 그리고 여유등이 편안하게 용해돼있는 「바보산수」를 거치면서 왕성한 창작욕과 풍부한 기량, 원숙함을 펼쳐왔다.
「가장 한국적인것을 보여줄 수 있는 화가」로서 많은 해외전에 참여해왔던 그는 또한 부인 우향 박내현(1920∼1976년)과 함께 국내외에서 수십차례의 부부전을 열었으며, 70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조형을 찾아 문자화와 점·선 시리즈를 시도했다.
전작품이 실린 도록을 준비중이고 화단사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개인회고전이 열려 뜻깊은 올해, 특히 운보에게는 。은일도 많이 일어났다. 지난 여름 그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전복도」를 포함한 작품 10여점이 도난당하고 일제때 친일문학작품에 삽화를 그려준 일과 관련해 「운보의 집」이 있는 청주지역에서 전력시비가 일었다.
8세때 장티푸스에 걸려 귀머거리가 된 운보는 자신의 불운을 승화시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청음회관을 짓고 그들을 돌보는데 누구보다도 앞장 서온 강력하고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박내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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