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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수·합병규정 허점많다/현 법규론 경영권탈취 막기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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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수·합병규정 허점많다/현 법규론 경영권탈취 막기힘들어

입력
199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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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변동 신고·기관의결권 제한해야□대표적 문제점/재벌사 계열기업동원 특정사주식 매입/고객돈 운용 기관투자가가 의결권 행사/대주주가 경영권도전사실 파악 불가능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 기아그룹전체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을 계기로 기업 인수·합병(M&A)에 관한 각종 규정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증권계와 재계에 따르면 현행 M&A관련 법규나 규정으로는 특정 회사가 기업윤리나 사회정서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내년부터는 그동안 경영권을 가장 확실하게 보호해주던 상장회사 주식소유제한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M&A가 활성화돼 미국등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기업사냥」같은 극단적인 경영권 탈취가 벌어질 수도 있어 제도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는 최근 「M&A공포」가 확산돼 대주주들이 경영권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재벌이 여러 계열기업들을 동원해 특정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차지하더라도 주식매입에 참여한 계열기업들을 「한덩어리」(특수관계회사)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회사는 출자비율이 50%이상인 기업이며 증권거래법으로는 35%이상이다. 말하자면 삼성처럼 삼성생명 안국화재 삼성증권등 3개사가 기아자동차의 대주주로 등장, 설사 경영권을 차지한다 해도 관계법상 이들 3사는 상호관계가 없는 별도기업들인만큼 상장기업주식소유제한에 저촉되지 않는다. 증권거래법 2백조는 대주주1인이외 나머지 투자자들은 지분율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이 조항은 폐지될 예정이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주요 재벌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회사경영권을 차지하더라도 법적인 하자가 없는 셈이다.

 또 하나는 기관투자가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관투자가는 관례적으로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행사하겠다』고 고집하면 막을 재간이 없다. 문제는 기관투자가가 사들인 주식의 실제 주인은 기관투자가 자신이 아니고 돈을 맡긴 고객들의 것이며 또 기관투자가들은 고객들의 엄청난 예탁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채권이외에도 주식을 대량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에서는 삼성생명 안국화재 삼성증권같이 고객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투자자를 기관투자가라고 부른다.

 따라서 최대 기관투자가로 막대한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신사를 비롯, 증시안정기금 국책은행등 공공성격의 기관투자가나 시중은행 보험사 증권사 신용금고등  민간성격의 기관투자가들이 담합해 의결권을 행사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모두 이들의 소유가 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관계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M&A표적」이 된 기업의 대주주도 특정인이 자신의 경영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레이더스」(기업사냥)가 활개를 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공시를 통해 특정회사를 매수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지분이 변동할 때마다 상대방이 알수 있도록 추가공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는 「사수」할 결심이면 자사주를 추가매입하거나 다른 주요주주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등 레이더스의 「공격」으로부터 회사를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이상의 지분변동은 변동일이후 5일까지 변동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고 기관투자자는 분기별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 「M&A표적기업」이 상대방의 동향을 신속하게 알 수 없다. 기아자동차도 삼성계열사들이 6·7월부터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서야 이같은 사실을 알고 진상파악에 나섰으나 삼성생명의 경우 이미 경영권을 위협할만한 대주주로 부상한 뒤였다.

 따라서 기관투자가에 대한 선별적인 의결권제한이나 신고한 지분변동신고 및 철저한 공시체계,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규정확대등이 공정한 M&A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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