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마저 마른 유족들 실신/참사 아랑곳없이 배는 “멀쩡”【위도=임시취재반】 「통곡의 바다」위도 해면위로 17일 모습을 드러냈던 서해훼리호는 거대한 관(관)과 다름없었다. 배안은 흑회색 개펄에 뒤덮여 서로 엉켜있는 시신으로 가득했다.
상오8시30분 설악호가 훼리호와 연결된 체인을 당기기 시작하자 해면으로 배에 묻은 펄과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퍼져오르면서 아이스박스 낚시가방 드럼통등이 먼저 떠올랐다.
10시30분께 배안에 들어찬 펄을 제거하기위해 훼리호를 해면 바로밑에서 크레인으로 바다에 담갔다가 꺼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벌써 10여구의 시신이 삐져나와 떠올랐다.
상오11시10분께 마침내 바다위로 끌어올려진 훼리호는 통신안테나 선실유리등이 파손되고 개펄에 묻혔던 선체 페인트가 조금 벗겨져 있을뿐 참사와는 아랑곳없다는듯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비정을 타고 인양을 지켜보던 유족대표 30여명은 배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이미 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통곡을 하다 실신했다.
군경합동구조단은 선체내 시신의 유실을 막기위해 선체주위에 그물을 치고 크레인으로 비스듬한 선체를 바로세웠다.
이어 구조단은 펌프를 가동해 3백톤에 이르는 선체내 물과 펄을 퍼내면서 선체내 시신수습에 들어갔다.
10여구가 떠올라 남은 시신이 별로 없을것으로 생각했던 구조단 요원들은 훼리호에 오르는 순간 곳곳에 60여구가 더 있는것을 보고 경악했다.
시신들은 하객실은 물론 식당칸 화장실 창고등에서도 발견돼 앉을 자리조차 없을 만큼 정원이 초과됐음이 입증됐다.
특히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보려고 애쓴듯 창문 계단통로등에 시신이 몰려있었고 죽음의 공포에 쫓겨 서로 끌어안은채 숨진 시신들도 많았다.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의 시신과 수영을 해보려고 옷을 벗은 시신등도 반죽된 시멘트같은 펄무더기속에서 꺼내졌다.
구조요원들은 시신의 부패정도가 심해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고개를 돌렸으며 끔찍한 모습에 몸서리를 쳤다.
이 동안에 위도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는 표류하던 시신 10여구가 또 떠올라 어선 경비정등에 실려 인양현장으로 모아졌다.구조함에 올려져 눕혀진 시신들의 숫자를 헤아리는것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SSU UDT등 잠수요원들은 엄청난 시신에 경악하며 바다밑 펄에 희생자가 더 있을것으로 보고 잠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인양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위도 섬 전체는 이제 넋마저 잃은듯 오히려 조용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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