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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대국서 양자패판정 “논란”(월요 바둑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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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대국서 양자패판정 “논란”(월요 바둑산책)

입력
199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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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예선 김성룡3단-김재구7단전/“착수뒤 돌옮겼다” “손안뗐다” 설전/재대결 거부로 심판위 의외결정/기도저버린 대국태도 “한심”… 운용방식 개선도 시급 프로기사들의 공식대국에서 량자패라는 희귀한 판정이 최근에 내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번 일본에서 발생했던 장생으로 인한 무승부와 같이 바둑수에 의한것이 아니라 대국자의 반칙여부를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된것으로 한국기원측의 주먹구구식 대회운영, 대국자들의 매끄럽지 못한 대국태도와 심판진들의 무원칙한 판정등이 복합된결과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건은 11일 치른 국수전 2차예선 1회전에서 발생했다. 1차예선에서 3연승을 거두고 올라온 김성룡3단과 백전노장 김재구7단이 맞붙었다. 대국은 평소와 다름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바둑이 어려운 고비를 맞게 되었을때 사건이 발생했다. 

 김7단이 김3단의 착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김3단이 한번 착수한 돌을 옮겼다는것. 그러자 김3단이 펄쩍 뛰었다.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는것.

 현재 한국기원이 정한 바둑규칙 제21조 제2항에는 「한번 둔 착수를 들어내 다른 곳에 두는 행위는 반칙으로 한다. 단 바둑돌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경우와 실수로 돌이 떨어진 경우는 착수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과연 김3단의 착수가 손에서 완전히 떨어졌느냐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예선전은 공식적인 참관인이 없는데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결국 문제는 심판위원회로 넘어갔다. 심판위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없어 일도양단식으로 결정짓기는 어렵다고 보고  모두 없던 일로 하고 재대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불복, 결국 양자패라는 희귀한 판정이 내려지게 된것이다.

 바둑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고도의 정신스포츠라는 점을 재론하지 않더라도 대국자들의 대국자세와 관련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원로기사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어오던것이었다. 바둑은 대부분 별도의 심판이 필요없이 대국자 단 둘이서 진행하는것이므로 대국자의 품위있는 대국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바둑이 대중화되는것과 상대적으로 소위 기도나 대국 매너는 날로 흐려져 가고 있다는게 뜻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또한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은 현재 운용되고 있는 각종 기전의 대회규정이나 대국진행방식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기전의 예선전은 공식적인 참관인(심판)이 없기 때문에 이같은 사건이 앞으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 이번 경우에도 기원측은 사건이 발생하자 쉬쉬하면서 그저 당사자들끼리 적당히 해결하기만을 바랐으나 당사자들이 원칙대로 할것을 주장하자 결국 양자패라는 무책임한 판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둘중의 한 사람이 잘못했고 다른 한사람은 선의의 피해자인 셈인데 양자패라는 판정으로 인해 둘다 피해를 보게 되었으니 둘중에 한사람은 억울하게 된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각종 기전의 대회운영은 여타 스포츠와 비교해 볼때 너무 폐쇄적이고 주먹구구식인 면이 적지 않다. 한국기원 스스로 입만 벌리면 자랑하듯이 국내 바둑팬이 1천만명을 넘어섰고 한국바둑이 세계바둑을 제패한만큼 그에 걸맞게 기전진행방식도 보다 세련되어야 할것이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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