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상반된 모순/효 강조불구 노인경시 의문 구소련의 유명한 작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가 모든 기억을 상실한 채 노예가 된 고대 아시아인들의 전설을 글로 옮긴것을 본적이 있다.노예들이 자신과 가정, 고향에 대한 모든 기억을 상실한뒤 노예생활을 요구받고 묵묵히 그 일만을 수행해나간다는 내용을 작가가 비판적으로 그린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과거는 참으로 중요하다는것을 새삼 깨달은 적이 있었다. 자기자신과 자신의 뿌리를 잊고 산다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모두 잃게 되는 일일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리스인들은「과거 없이는 미래도 없다」고 말했을것이다.
내가 라이나에서 약혼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온지 3년이 돼간다. 한국에 처음 왔을때 경복궁과 비원 그리고 불국사등 명승고적들을 돌아보면서 나는 한국인들이 전통과 풍습등 자신들의 역사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보존하고 연구해 나가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이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염두에 두는것은 박물관 전시관에 소장되어있는 많은 수의 전시물들과 뛰어난 건축술을 자랑하는 옛 건축물들의 훌륭함만이 아니다.
비원에서 커다란 고목을 빙 둘러서서 무엇인가 열심히 적는 학생들, 팀을 짜서 불국사를 돌아보는 관광객들.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자신의 역사 에 대한 애착, 자식들과 손자 또 후손을 위해 역사를 보전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철저한 한국사람들의 역사의식은 찬양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모순된것들이 많이 상존하며 이 모순들은 주로 새것과 낡은것이 교차되는 곳에서 흔히 볼수있다.
한국인들은 과거의것을 보존하려는 집념도 강하지만 거꾸로 너무 쉽게 새로운것을 받아들이는것 같다. 이런 점은 건축물이나 사람들의 외모에서,또는 직장에서의 근무스타일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느낄수있다. 자신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과 외부의 새 문물을 무분별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이는것은 분명 상반되는 행동이 아닐수없다.
한국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아직까지 이해못하는 부분이 있다.대부분의 손자나 자식들은 자신들의 조부모나 부모를 모시고 극진한 효도를 아끼지 않는다. 심혈을 다 기울여 웃어른을 공경하는것은 참으로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갈때면 가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버스안에서 고령의 할머니가 선채로 많은 승객들에 의해 이리저리 밀리고 있는데도 그 할머니 주위의 20·30대 젊은 남녀는 눈을 감고있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아예 외면하고있었다. 많은 사람들중 누구도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것이었다.
이런 모습은 내가 그동안 겪었던 한국과 한국인사회에 대한 느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한국에 대해 많은것을 공부하고 있으나 아직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 역사등을 모두 이해할 정도로 한국을 잘 알고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대목들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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