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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앗아간 직무유기/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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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앗아간 직무유기/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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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훼리호침몰참사에 대한 검찰수사는 국민의 생명보호책임을 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안이하기 이를데 없는 직무유기관행을 적나라하게 밝혀내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해훼리호의 선박안전도검사를 실시한 군산지방해운항만청의 검사관은 자동이탈식 구명보트 9척의 성능검사에서 자동이탈장치의 핵심부품인 스프링이 낡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검사관은 『정비할동안 잠시 자리를 떠나 계시라』는 정비업체직원의 권유를 못 이긴채 따랐고, 그사이 정비업체직원은 임시방편으로 스프링을 늘려 놓아 검사에 통과될 수 있도록 했다.

 되돌아온 검사관은 편법 정비된 스프링에 「양호」판정을 내렸다.

 물론 자동이탈장치의 스프링이 잘못됐다고 해서 배가 가라 앉지는 않는다. 구명보트란게 쉽게 상상하기 힘든 침몰사고 때나 필요한것이니, 그 부품 하나정도야 대충 넘어가도 무방하다고 여겼을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눈가림」검사에는 평소 적지 않은 반대급부가 따랐을것으로 쉽게 짐작된다.

 그러나 결국 한 공무원의 직무유기가 이번 침몰사고에서 한 명의 고귀한 생명이라도 더 구조될 수 있는 길을 막았다고 할 수도 있다. 서해훼리호에 실린 구명보트 9척중 단 3척만이 수중에서 자동이탈돼 떠올랐고 나머지 6척의 자동이탈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같은 직무유기행위가 선박검사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었던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난데 있다. 그렇다면 군산지방해운항만청이나 서해훼리호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 항만청과 여객선들에서도 비슷한 편법과 직무유기가 자행됐을 가능성이 있을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 관행은 입출항감독 승객정원통제등 안전운항과 관련된 모든 관리감독업무에도 그대로 이어졌을 공산도 없지않다.

 이런 공무원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의 중책을 맡아 국록을 축내고 있는 현실은 개탄을 넘어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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