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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절 못이룬 꿈 화폭에 담아/현대동인회(주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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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절 못이룬 꿈 화폭에 담아/현대동인회(주부시대)

입력
199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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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예술” 누두크로키만 그려/90년 첫 동인전후 매년 작품전… 화가데뷔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9층 작업실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무대가 설치돼있다. 무대위에는 남자누드모델이 동작을 취하고 있고 누드모델주위로 주부들이 둘러앉아 열심히 크로키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9층 작업실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무대가 설치돼있다. 무대위에는 남자누드모델이 동작을 취하고 있고 누드모델주위로 주부들이 둘러앉아 열심히 크로키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1∼3분마다 바뀌는 모델의 동작을 놓치지않고 화폭에 담는 주부들의 손놀림이 민첩하다.

 크로키란 짧은 시간안에 대상의 형태를 순간순간 포착해서 단선과 복선의 간단한 선으로 표현해내는 미술기법이다. 사람과 동물등 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사람의 알몸이 크로키의 주된 소재가 된다. 주부들의 크로키작업대상이 되는 누드모델은 여자모델이 주를 이루지만 남자가 그림모델이 되는 경우도 많다.

 현대동인회는 누드크로키만을 그리는 주부모임이다. 40대가 주축이다.

 88년 10월 현대백화점이 개설한 누드크로키강좌에 모여 함께 누드그림을 그렸던 20여명의 주부들이 90년11월 첫 동인전을 열게 된 것이 모임을 시작하게된 계기였다. 중년의 나이에 집안일은 마다하고 누드크로키에 빠져든 자신들을 곱게만 보지않는 가족과 주위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주자는 단순한 동기로 동인전을 열기로 했다고 홍애경회장(43)이 소개했다. 그렇게 시작된 현대동인회는 지금까지 매년 한번씩 자신의 누드크로키작품들을 모아 동인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8월에 제4회 현대동인전을 개최했다.

 현대동인회의 주부들은 주로 대학에서 미술분야를 전공했던 사람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집안일에 매달리게 되면서 오랫동안 화폭을 떠나야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계예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하금숙씨(38)는 『가정에 묻혀 오랫동안 그림을 잊고 살다가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비슷한 처지의 현대동인회 주부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동인회와 동행전, 미술협회등의 회원으로 활동중인 하씨는 현대동인회의 동료인 이해옥씨와 11월16일 행당동 이목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준비중에 있다.

 홍애경씨(43)도 현대동인회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 그는 집에서 꼬박 10여년간을 쉬다가 88년부터 현대동인회에 합류하면서 91년의 첫 개인전과 92년 현대동인회회원인 유경희씨와 함께 2인전을 열기도 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평범한 주부들도 많다. 황복희씨(40)는 『결혼생활 15년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불쑥 커져버리고 남편도 사회에서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데 자기만 퇴보하는 것같아 늘 불안했다』며 『사십의 나이에 그림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않았지만 가족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되고있다』고 말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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