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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신문서 「보는」 신문 만들어야/임영호(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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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신문서 「보는」 신문 만들어야/임영호(나의 지면평)

입력
199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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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도표 등 인용 기사 짧게 쓰고/지면구성도 종합적 편집개념 확립을 증면과 전국동시인쇄이후 한국일보의 지면은 기사의 속보성이나 정보량에 있어서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지면구성(Make-up)에 있어서 특색이나 산뜻한 맛이 없다는 독자들의 지적을 종종 듣는다. 대체로 국내신문들은 취재경쟁에는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수집된 정보의 가공,포장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신문도 이제는 다른 상품처럼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면구성의 개선은 우선 신문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오늘날 독자들은 점차 시각매체에 길들여져 신문읽는 습관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즉 신문은 「읽는」매체에서 「훑어보는」매체로 바뀌어가고 있다. 해외신문업계에서는 그래프,도표등을 써서 기사를 짧게 하고 지면디자인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과감하게 고쳐나가는 추세에 있다.

 지면디자인은 신문의 홍수속에 독자들에게 자사신문의 독특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도 한다. 종합일간지는 정보의 잡화상 내지 만물상에 가까워서 특색을 부각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적인 대중지를 표방하는 신문은 독특한 지면구성으로 성공을 거둔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지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한국일보도 우선 엄격한 지면할거주의를 버리고 종합적인편집(Total Design)의 개념을 확립했으면 한다. 기존의 방식은 물론 작업의 효율성과 편집국내의 기능적 임무분담을 고려해서 생겨난 것이긴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데가 많다.엄격한 면별분할을 고수하다보니 때로는 빈 지면을 채우기위해 만들어진 기사도 보이고 지면간의 유기적인 연관성이 떨어질 때도 있다.가끔 중복되는 기사나 심지어 서로 모순되는 기사가 보이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래픽의 미적 측면이나 시각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특히 괘선의 형태,도표·그래프의 사용에 있어 개발의 여지가 아직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또 날씨란은 크기도 늘리고 디자인도 과감히 바꾸었으면 한다.「유에스에이 투데이」지의 날씨란은 거의 대부분의 미국신문에 보급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디자인이니 한번 검토해 볼만 하다.

 신문사진의 경우에도 차츰 총체적인 레이아웃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기존의 구태의연한 편집·배열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추석특집,서해훼리호 사건현장 특집등 화보를 보면 각사진들을 단순히 엮어 놓아서 마치 졸업앨범을 연상시킨다.

 그래픽의 개선과 더불어 기사작성방식도 이에 맞추어 점차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경제면이나 도시계획관계기사를 보면  보도자료를 정리해서 옮겨놓은 듯한 정보들이 종종 눈에 띈다. 가령 도로신설구간에 관한 기사를 보자.특별히 지리에 밝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기사만 보고서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이 경우 그래픽을 사용하면 시각적으로 산뜻해지고 기사가 짧아서 읽기도 쉬워진다.

 지면 구성방식을 개선하려면 물론 편집국내에 신문제작과정에 대한 안목을 갖춘 디자인전문가를 키워야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지면구성은 신문제작관행이나 편집국내의 임무분담방식과 얽혀있기 때문에 간부진의 안목과 인식이 바뀌어야 본격적인 개혁이 가능해질것이다.<부산대·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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