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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대선사 혜신스님/생애·업적 본격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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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대선사 혜신스님/생애·업적 본격 조명한다

입력
199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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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송광사서 학술회의/「간화선」 정통수행론 토착화/법어 등 1천1백점수록 「선문염송」 저술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간화선을 우리 불교의 정통수행론으로 토착화시킨 고려말 대선사 혜심스님의 업적을 불교와 국문학사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순천 송광사에서 열리고 있다.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정·이사장 현호스님) 이 승보종찰 송광사 사자루에서 16·17양일간 「진각국사 혜심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학술회의는 불교권 안에서 개인적인 관심에만 머물러온 혜심스님을 범불교적인 공동연구의 대상으로 확장시킨 첫 시도일뿐 아니라, 스님이 주석하면서 「선문염송」을 저술한 광원암 복원을 기념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더욱 깊다.

 혜심스님(1178-1234)은 간화선을 한국에 도입한 보조국사(1158-1210)의 제자로 스승의 뒤를 이어 간화선을 계승·발전시켰다. 보조국사의 큰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조명이 늦어진 혜심스님은 스승의 사상을 직접 기록으로 남기는 한편 부처님이래 역대 조사들의 선사상과 깨침의 말씀을 집대성한 「선문염송」등의 저술을 남겼다. 특히 역대 조사들의 법어와 고화 1천1백25점을 채집하여 편찬한「선문염송」은 스님의 창작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방대한 저술로 불교계에서는 「중국의 자랑거리가 만리장성이라면 한국의 자랑거리는 선문염송」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이 평가 받고있다.

 보조스님은 혜심스님에게 『나는 너를 얻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혜심스님의 그릇의 크기를 인정하고 자신에이어 수선사(송광사의 옛이름)의 2세국사로 점찍었다. 혜심스님은 이를 사양하고 수년간 자취를 감추었으나 보조스님이 입적한 뒤 왕명을 받아 2세국사가 됐다.

 권기종교수(동국대)는 「혜심의 간화선사상 연구」를 주제로 발표,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님의 간화선 사상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교수는 『혜심스님은 보조스님의 간화선을 발전시켰으면서도 보조스님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혜심스님은 오직 화두를 드는 선수행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했으며 선과 교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선교일원에대해서도 보조스님과는 달리 선이 우선한다는 교외별전의 태도를 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따라서 혜심스님은 보조스님과는 달리 오로지 간화선만을 주장했으며 간화선의 한국적 전개는 보조스님보다 혜심스님의 역할이 인정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종찬교수(동국대)는「진각국사어록」 「무의자 시집」을 중심으로 선의 실천을 문학으로 남긴 혜심스님의 국문학사적 업적을 살피고 있다. 이교수는『…어린이는 한 살을 더하고 늙은이는 한 살 덜하기를 바라리라. 그러나 늙은이 어린이 할 것 없이 덜하는 것도 더하는 것도 없다. 덜한다거나 더한다거나 또는 덜함이 없거나 더함이 없거나 하는 이 생각 모두 가져다 한 곳에 던져 버려라』고 한 스님의 정월 초하루 법문을 예로 들면서 모든이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를 쉽게 전하려고한 노력을 밝히고 있다. 이교수는「고개구름 한가로이 걷히지 않는 / 시냇물은 왜 그리 바삐 달리나/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을 따서/달이는 차 그 맛은 더욱 향기로워」(제목·묘고대위에서 짓는 시)와 같은 선시를 통해 스님이 선사이면서 우리문학사에서 드문 시인이었다는 견해를 주장한다.

 학술회의에는 이밖에도 최병헌교수(서울대)의 「진각혜심과 수선사의 관계」 한기두교수(원광대)의 「선문염송의 편찬에 따르는 혜심선의 의지」 이동준씨(동국대강사)의 「조계진각국사어록의 구성과 내용상 특징」김호성씨(동국대강사)의 「혜심선사상에 있어서 교학이 차지하는 의미」등의 연구 결과가 준비됐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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