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모임에 가나, 또 만나는 사람들마다 사회가 왜 이렇게 어수선하고 뒤숭숭한지 모르겠다고들 말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뭔가 터질것만같아 불안감마저 느낀다고들한다.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느낌은 어디에서 비롯된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나라와사회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고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어느나라에서든 대소사고는 발생하게 마련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의 사고가 얼마든지 예견되는, 눈뜬채 당하고 저질러지는 소위 인재이어서 문제는 심각한것이다. 올들어 발생한 구포열차전복과 아시아나여객기추락, 그리고 이번의 서해훼리호전복등 대형참사들은 천재나 또는 단순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관의 무책임과 방임이 빚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평소 관계기관이 훼리호의 기관검사와 운항감독을 게을리한데다 정확한 승선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있는데는 아연할뿐이다.
잘 알려진대로 선진국국민들은 관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방향을 알려주면 설사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해도 선뜻 믿고 따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위로는 국가통치권자로부터 말단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의 철저한 책임의식과 국민을위한 봉사정신·공복정신때문이다. 모든면에서 국민에게 솔선수범하고 또 헌신적으로 일한다. 후진국국민들은 그게 아니다. 관의 말이라면 일단 의심하고 아예 믿지를 않는게 습관화되어있다. 관이 걸핏하면 국민을 속이고 이랬다저랬다하고 힘없는 국민만을 들들볶고 고압적으로 대하니 불신이 대단하다. 책임의식이니 봉사행정이니하는것은 어디까지나 이름뿐이기 때문에 흔히 관의 말을 지키지 않는것을 이득으로 생각한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협조란 기대할수없는 관따로 국민따로의 상황인것이다.
우리나라가 어느쪽에 속하는가는 두말할 여지가없다. 관의 대민자세와 행정이 크게 개선된것은 사실이지만 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한것이다. 적어도 새정부출범직후에 발생한 엄청난 구포열차전복사고를 거울삼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위해 모든 분야에대한 철저한 감독과 점검을 엄격하게 실시했어야만 했다.
그동안 공직풍토의 쇄신을위해 공직사회에대한 사정은 평가할만하나 역설적으로 사정돌풍이 무사안일내지 눈치보기 몸조심하기등의 폐단을 몰고온것이 또한 사실이다. 움직이면 손해보고 다치기때문에 몸을 사린채 결재를 늦추고 인허가미루기등 이른바 「동칙손의 작풍」이 번지고 있는것이다.
아무려나 잇단 대형사고들은 관의 뿌리깊은 무책임과 태만외에도 적당주의, 성과주의, 편의주의, 그리고 겉만 번지르하고 요란한 외화내빈의 전시행정이 빚은 소산이다. 이런 관의 작폐들이 문민정부에 들어와서도 고쳐지지않은채 판을치고 있는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만연된, 법안지키고 책임안지고 본연의 업무에 태만하고 눈치만보는 한국병도 태반이 윗물격인 지도층과 관쪽에 있다고 볼수있다. 지도층과 관이 법을 확실히 지키고 성실하게 일하고 국민에게 모든면에서 모범을 보일때 국민들은 자연히 그들을 믿고 따르며 나아가 한국병도 치유가 되는것이다.
이제 정부는 한국병의 원인과 증세를 새삼인식하여 치유와함께 민심안정·수습에 적극 나서야한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어이없는 인재의 재발을 막기위해서 관의 무책임과 보신, 안일과 눈치보기를 뿌리뽑아 공직풍토를 일신하는 한편, 행정의 적당주의와 전시행정을 지양하여 책임행정·봉사행정등의 내실화를 기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사고의 책임자 문책도 그렇다. 사고를 어느정도 수습한후에 단행하는것도 일리가 있지만 수습의 분위기도 문제려니와 문책에는 시기가 중요한것이다. 취임한지 단3개월이 됐더라도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위해서도 즉각 단행했어야 했다.
또한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웬만한 루머에도 흔들리며 인재로 허탈해하는 민심의 수습은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하며 결코 국면전환만을 고려하여 중대발표나 폭탄선언식으로하는것은 곤란하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스스로 정부시책에 관심을 보이고 협력하는 수습안을 제시해야 할것이다.
나라안팎으로 어려운 숙제들이 쌓여있는 이때 국민들은 나라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김영삼대통령의 민심수습단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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