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답사·수개월추적 “집요한 공세”/전례없는 질의경쟁… 성역타파 의욕 국정감사가 종반에 접어들었다. 금년 국정감사는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이 많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야당의 사소한 트집과 여당의 일방적 정부옹호가 사라진것도 달라진 모습이다.시행6년에 접어든 국정감사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위의 해군본부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입을 모아 해군의 전력증강노력을 격려하고 이지스함 헬기항공모함등의 도입을 권유했다. 질책일변도의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또 공군본부감사에서는 림복진의원(민주)이 공군관계자들도 『어디서 저런 자료를 입수했을까』라고 놀랄만큼 정밀한 자료를 인용, 우리공군의 전술항공기 1대당 운영인원수가 다른나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편 곽영달의원(민자)이 공군본부감사에서 차세대전투기사업(KFP) 기종변경과정에서 공군이 마지막에 보인 태도를 비난하는등 여당의원들의 자세도 변화를 보였다.
○…교체위는 국감도중 서해훼리호침몰참사가 발생하자 즉각 일정을 변경, 전북 군산으로 교통부차관과 해운항만청장을 호출해 감사를 벌이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교체위는 당초 이틀로 예정돼있던 제주도감사를 하루 단축하고 여야합동조사반을 사고현장에 보내는등 「성의」도 보였다.
군산에서의 감사에서 김형오의원(민자)은 훼리호참사의 원인과 사후대책등을 치밀하게 분석한 「소논문」을 근거로 항만청을 몰아붙여 눈길을 끌었다.
○…법사위에서는 강수림의원(민주)이 마이크를 잡으면 동료의원들과 피감기관은 모두 긴장을 감추지 못한다. 질문의 양과 질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랩탑컴퓨터를 들고다니는 강의원은 즉석에서 감사자료를 프린트해 파상적인 질문공세를 편다.
○…재무위의 증권감독원감사에서 박은태의원(민주)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내 발언순서는 왜 매번 뒤쪽이냐』고 항의했다. 앞 순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질의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보험감독원 감사에서 나오연의원(민자)은 질의명단에서 빠지자 『한달이상 준비했는데 사장시킬 수 없다』며 「질의자격」을 요구했다. 마치 입시를 치르는듯한 경쟁이 의원들사이에 벌어지는 것은 전례없던 일이었다.
자료준비 또한 과거와 현격히 달랐다. 김원길의원(민주)처럼 자비로 여론조사를 한 경우도 있었고, 나오연의원처럼 3일동안 시장을 방문해 실명제의 현실을 체크한 보고서를 만든 경우도 있었다. 또 박태영의원(민주)은 중산층을 겨냥한 세제개편안을 무려 17페이지의 자료로 만드는등 재무위원들의 질의자료는 매일 4백∼5백페이지에 달했다.
○…문공위에서 박종웅의원(민자)은 「성역」에 대한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김영삼대통령의 가신그룹출신이자 여권내 개혁파인 박의원은 문화체육부감사에서 그동안 금기로 인식돼온 종교문제를 집중거론했다. 종교계에 대한 공평과세와 재산공개등을 거론한 박의원은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격려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후문이다.
○…보사위의 여야의원들은 직접 현장을 답사하거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자료를 근거로 행정부를 추궁해 관료들을 꼼짝못하게 했다.
박주천의원(민자)은 폐기물 불법매립실태를 5개월여동안 직접 추적, 20여장의 대형현장사진을 찍어 서울시에 이를 들이대며 단속을 요구했다.
김상현의원(민주)은 전문가들과 지역주인 서대문일대의 상수도오염실태를 직접 조사한뒤 그 결과를 공표, 서울시측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해찬의원(민주)은 환경처산하 자원재생공사의 비리를 집요하게 캐내는 과정에서 자원공사 총무부장의 「위증」을 포착, 결국 당사자의 사퇴를 이끌어내기도했다.【정광철·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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