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도시의 골목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줄넘기 말타기 자치기 축구 술래잡기등 어린 날의 추억은 방구석보다 바깥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요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삶은 주로 실내 또는 집안에서 이루어진다. 운동을 하려해도 수영장 태권도 도장 실내 스케이트장 볼링장…등의 건물 내부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요금을 내고. 우리의 놀이가 이젠 기업화된 조직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시피 됐다. 이렇다 할 운동시설도 없어 운동부족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놀이 기업의 문을 두드리지 않을 수 없다. 비교적 큰 장비없이 이렇게 기업화된 놀이터를 찾으려면 혹시 볼링이 어떻겠느냐고 권하고 싶다. 특별한 제복을 입지 않아도 되고 경기규칙이 간단하고 거친 운동이 아니고 그리고 도심지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를 취미삼기에 앞서서 그 경기의 이름을 대중화시키기 좋은 우리 말을 찾아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볼링경기를 보노라면 어린시절의 돌치기생각이 떠오른다. 멀찍이 납작한 돌을 세워 놓고 다른 돌을 던져서 쓰러뜨리는 놀이인데 어떤 아이들은 이것을 「비석치기」라고도 했다. 직접 들어 본 일은 없지만 사전에는「비사치기」라는 올림말도 있다. 돌을 던져서 다른 돌을 넘어뜨리는 행위와 공을 굴려 곤봉같은 나무도막을 쓰러뜨리는 행위가 사실상 똑같은 형상을 보여 주지 않느냐는 말이다.
우리의 민속놀이에는 이렇게 뭔가를 치고 때리는 것이 여럿 있었다. 그래서 그 이름도 자치기 장치기 돈치기 돌치기등처럼 「―치기」라는 말을 뒤에 붙이고 있다. 볼링에서 쓰러뜨리는 나무도막은 한자어 봉으로 나타내는것도 좋을것 같다. 구주희라는 놀이이름을 연상해서 기둥이라는 말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우리말에서 기둥은 여간해서는 쓰러지지 않는 굳건함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에 피하기로 했다. 더 재미 있는 놀이로 발전시키려면 봉의 모양을 각시 모양이나 망석중이 모양으로 만들어 「각시치기」니 「망석중치이치기」니 하며 우리 민속문화의 한 부분을 융합시켜도 좋을 것이다.<김하수 연세대 국문과교수>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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