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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는 사고를 낳는다/이종수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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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는 사고를 낳는다/이종수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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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백여명이 희생된 서해훼리호 침몰참사의 현장에서 시신·선체인양작업을 지켜보노라면 사고의 교훈이 너무도 쉽게 망각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사고는 안전을 등한시한채 무리한 운항을 강행한것이 주원인이지만 반드시 배를 타야 한다는 승객들의 안전무감각도 한 요인이었다. 운항을 포기했을 경우의 재정적 손해를 책임져야 하는 선장과 직장 가정에 돌아가야 한다는 승객들의 조바심이「괜찮겠지」하는 무언의 합의를 이뤘던것이다.

 생존한 일부 승객들은 선장이 한동안 망설이다가 승객들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자신의 경험을 믿고 출항했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

 날벼락같은 참사로 가족들을 잃고 아직 시신마저 찾지 못한 유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인양작업이 완료돼야 한다는게 온 국민의 생각이다. 특히 군·경특수요원들은 유족들이 내 부모 내 형제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고현장의 바닷속이 시계가 50㎝도 안되고 선실내부는 특수랜턴을 사용해도 30㎝ 앞이 안보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하루빨리 인양을 마치되 시신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모순된 요구속에 이들은 사고당일의 기상상태였던 황천4호의 악천후와 싸우며 철야작업을 감행했다.

 그런데도 유족들은 시신인양이 늦는다고 원망하고 있으며 낮에 시신을 건져놓고 밤에 건진 것처럼 조작한다는등 각종 유언비어까지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13일에는 인양이 완료되리라는 말을 믿고 있던 유가족들의 동요를 우려,악천후가 계속된 14일 상오에도 군·경구조단은 파김치가 되도록 잠수를 거듭했다.

 『아직도 50∼80여구가 남은 것으로 추산되는 시신인양을 오늘(14일)내로 끝내는 건 무리이지만 상부에는 그렇게 보고해야 한다』, 『아무리 특수훈련을 받은 요원들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는 구조단의 말을 유족과 당국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작업이 얼마나 힘든가는 잠수를 자원한 민간인들이 물속에 들어간지 30분만에 두손을 든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리는 사고를 낳는다. 사고는 한번으로 끝내야 한다.【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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