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마땅히 갈곳없어/기대론/예탁금증가 평상수준 그쳐/회의론 『풀린자금, 어디로 갈까』
풀린돈의 향방이 실명제이후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릴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3일간 주가가 크게 오르고 거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등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주식투자자들은 『자금이 증시로 유입, 주가가 무차별로 오르는 「금융장세」가 출현했다』며 「선취매」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시중자금이 대거 유입되는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금융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실명제이후 엄청나게 풀려나간 돈이 부동산이나 내구소비제·골동품같은 실물로 이동, 실물투기와 물가를 자극하는 일을 어느정도 견제하고 국민정서를 안정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는것. 반면 자금이 설비투자등 생산적인 분야로 바로 연결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이 없지않은것은 우려할만한 대목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중에 풀려있는 돈은 정말 증시로 몰려들어올것인가. 일단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중자금이 풍부한데도 현재로서는 주식시장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실명제이후 8,9월 두달간 총통화가 20∼22%(평잔기준)증가, 5조4천억원이 추가방출됐고 10월에도 22% 증가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경기부진으로 통화환수가 당분간 곤란한 상태다. 또「재테크」경쟁상대인 부동산이 정부의 「개혁의지」로 냉각되어 있는 상태이고 은행등의 예금상품도 지금같은 규제금리상태에서는 자금을 추가로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큰맥락에서 보면 주식시장으로의 대규모 자금유입은 기대할만 하다. 최근 증권가를 달구고 있는 금융장세 출현설도 전혀 터무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주식시장 활황세가 곧 「진성」금융장세라고는 할 수 없다. 단지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그 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을 사기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 놓은 돈으로 증시자금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 11·12일에 각각 1백48억여원과 2백억여원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하루에도 1천억원씩 늘어나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증가액수가 아니다. 또 13일에는 3백억원가량 감소, 2조7천억원대를 간신히 유지했다. 실명제실시직전보다는 2천5백억원정도 증가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최근 추이는 평소와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것이다.
금융장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대우증권 유근성부장은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고객예탁금이 크게 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금융장세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 금융시장여건으로 봐서 금융장세는 조만간 올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럭키증권 김기주상무는 『기대감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종합주가지수 7백30∼7백50사이에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들이 많아 일종의 「벽」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투신사의 보장형수익증권 만기도래액과 한국통신의 매각금액만 1조4천억원에 달하며 대주주들이 차명상태로 되어 있는「위장분산」지분을 매물화할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경기가 좋지 않다. 주식시장여건이 나쁜 만큼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은 「기대난」』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이 서서히 움직이기는 시작했으나 주력은 아직 관망상태』라며 『2단계 금리자유화와 재계의 투자심리회복, 정부의 개혁강도등이 자금흐름의 방향을 결정할것』이라고 내다봤다.【김경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