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노선 차이불구 “공멸 피하자”/제2당수 총리옹립 극적 대타협 89년 공산정권 붕괴후 4년만에 공산계열의 좌파연립정부가 폴란드에 들어선다.
지난달 19일 실시된 총선에서 1,2위를 차지한 민주좌파동맹(SLD)과 폴란드농민당(PLS)은 13일 오랜 진통끝에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민주좌파동맹의 의석(1백71개)과 폴란드농민당의 의석(1백32개)을 합할 경우 차기연정의 의석수는 3백3개나 돼 전체 4백60개 의석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당초 양당의 연정은 기대난망이란게 중론이었다. 민주좌파동맹이 노동자 최우선 정책을 견지한데 반해 폴란드농민당은 농민들을 위한 저리융자와 농산물 최저가격제를 지상과제로 내걸어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두 당이 연정구성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멸의 길을 피해야한다는 절박성이 정치타협의 묘찾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민주좌파동맹으로선 농민당 이외의 유일한 대안이 노동동맹당(UP)이었으나 UP의 의석은 41석에 불과해 단일파트너로서의 자격요건이 크게 뒤떨어졌다. 또 농민당으로선 제1당을 빼놓은채 군소정당들과 협력관계를 맺어봤자 남는게 별로없는 형편이었다.
타협은 총리자리를 제2당인 농민당이 갖는데 의견일치를 봄으로써 매듭지어졌다. 바웬사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폴란드 관영 P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파블라크를 선택한데에는 그와 레흐 바웬사 대통령간의 개인적인 관계가 크게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파블라크는 지난해 6월 공산통치 종식후 4번째 총리에 선출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파블라크의 농민당은 의회내 다수당이 아니었다. 정치위기 해결을 위한 각당간 타협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파블라크는 연정구성에 필요한 다른 당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자 33일만에 총리자리를 내놓았다.
파블라크는 유례없는 단명총리였음에도 정치적 잠재력은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폴란드 정치의 목젖을 쥐고 있는 바웬사대통령으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얻었다.
바웬사의 정치모태인 솔리대리티(자유노조)는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동맹(UD)의 모체이기도 하다. UD지도자인 현 한나 수호츠카총리를 밀어내고 들어설 좌파 총리가 달가울 턱이 없다.
폴란드헌법상 총리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독자적인 의회해산권도 갖고있다. 따라서 양당은 가장 무난하게 총리에 임명될 만한 인물로 파블라크를 옹립한것이다.
지난 몇년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어온 폴란드로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부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대통령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것이 급선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파블라크는 구공산진영출신이면서도 시장경제개혁을 지지하는 실용주의자로 알려져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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