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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일 지식인 3인의 글 수록/「서울에 남겨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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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일 지식인 3인의 글 수록/「서울에 남겨둔 꿈」

입력
199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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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대한관 절절이/풍습왜곡·침략 합리화로 가득/“조선은 이미 멸망의 도장찍힌 나라… 일 의존/게으르고 불결… 변기를 물그릇·세수대야로/일인 부친처럼 존경… 여자들 평생 목욕안해” 침략국으로서 지울 수 없는 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은 준열한 자기성찰 대신 끊임없이 자신들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망언을 계속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며칠전 한 일본의 극우주의자가 서울에서 『일본의 한국통치가 왜 나빴는가』라고 뻔뻔스럽게 반문한것도 이러한 심리적 맥락에서 가능한것이다. 이같은 궤변은 나라를 강점하기 전인 조선말기부터, 또는 멀리 임진왜란때부터 일본이 견지해 온 태도이고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발간된 「서울에 남겨둔 꿈」(건국대출판부간)은 그러한 근거를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동학혁명, 청일전쟁등 격동기인 1890년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당시 일본인의 시각으로 조명한 이 책은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있다. 이 책은 당시 일본인에게 조선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조선이 일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허구적 필연성, 일본인의 우월성등을 강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책에는 세편의 글이 실려있다. 조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낭인」 이노우에 가쿠고로(1860∼1938년)의 「한성지잔몽」, 한일합방의 첨병이었던 외교관 스기무라 후카시(1848∼1906년)의 「재한고심록」, 마이니치 신문 특파원 사쿠라이 군노스케(1869∼1931년)의 「조선시사」 등이다.

 당시 지식인들에 의해 쓰여진 세편의 글은 객관적 사건을 서술하면서도 우리의 제도나 전통, 문화를 천시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멸시하고 있다. 나라를 팔아가며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웠던 우리 지배계층의 일그러진 모습도 그리고 있어 심한 모욕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조선시사」는 우리의 모습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일종의 견문기인 이 글의 서문에서 저자는 「조선은 이미 멸망의 도장이 찍힌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동양에 위치해 의협심이 강한 일본제국에 의지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참으로 복있는 나라이다」라고 적고 있다.

 보고 들은 우리의 생활풍습과 사회·정치 상황을 기록한 그는 우리의 지배계층이나 일반 국민들을 게으르고 무질서하며 무능한 집단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침략을 합리화하려 했다. 한 예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변기를 물그릇이나 세숫대야로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여인들이 우물에서 항아리로 물을 떠가는 모습을 오줌을 퍼가는것으로 묘사하고있다.

 「조선인들은 불결하고 좁은 집안에서도 늘 검고 높다란 모자를 쓰고서 괴로움이나 근심, 고통등이 옆에 있는 줄도 모르는 무신경함을 드러낸다」 「일본인 거류지 부근에 사는 조선인들은 일본인을 자상한 아버지처럼 여기고 순순히 존경의 뜻을 표한다. 그들은 일본의 보호와 은혜에 힘입어 험악한 운명을 피하고 싶어한다」 「조선인들은 매일 아침 소변으로 세수하고 이까지 닦는다. 조선여성은 평생 목욕하지 않는것이 풍습이다」

 오늘날에도 맥을 유지하는 「일본교」 광신도의 망언과 한치도 차이가 없는 기가 막힌 기록들이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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