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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딸사랑(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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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딸사랑(장명수칼럼)

입력
199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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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버지들은 딸 사랑이 유별나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자녀를 적게 갖는데다가 아들·딸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딸 사랑」이 유난히 두드러지는것 같다. 어머니들 중에는 이렇게 남편을 흉보는 사람들이 있다. 『딸아이가 시집갈때가 되니까 남편이 걱정을 많이 해요. 딸아이에게 남자친구를 사귀다가 이런 점이 보이면 당장 집어 치우라고 설교를 하기에 옆에서 들어 보았더니 기가 막히더라구요. 술을 자제할줄 모르는 남자, 무조건 여자를 억누르려는 남자, 마음이 좁은 남자, 여자를 위해줄 줄 모르는 남자, 바람기가 있어 보이는 남자는 절대로 안된다는 거예요. 그 안된다는 조건중의 대부분은 바로 자기자신에게 있는것인데, 자기 때문에 한평생 속썩는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고, 딸이 그런 일들로 속썩을 일을 생각하면 열이 나나 봐요』

 『마누라인 나에게는 온갖 일을 다 시키면서 딸은 공주처럼 위한다니까요. 나는 계모도 아니건만 약이 오를 때가 있다니까요』

 지난 한주동안 나는 말로만 듣던 「아버지의 딸 사랑」을 확인하는 경험을 했다.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란 제목의 칼럼(7일자)을 쓴후 그 책을 구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전화가 며칠동안 빗발쳤는데, 뜻밖에도 전화를 주신분들 중에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30%정도가 아버지들의 전화였다.

 『딸애를 시집보내고 늘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데,그 책을 한권 얻을수 있겠습니까』

 『딸애가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결혼을 하여 음식 만드는 법을 미처 가르치지 못했는데, 그 책이 미국에서 도움이 될것 같군요』

 아버지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세상이 달라졌다는것을 실감했다. 이렇게 애틋하게, 적극적으로 딸을 도우려는 아버지가 늘어나고 있다는것은 좋은 일이다. 이런 아버지들은 딸에게 요리책을 구해주는 일뿐 아니라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도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될것이다. 여자대학의 한 남자교수가 이렇게 고백하는것을 들은적이 있다.

 『내 딸이 미국의 좋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일자리를 얻으려고 뛰면서 여성차별의 벽에 수없이 부딪치고 있는데, 여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이 이정도로 심한가 하고 새삼 분노하고 있어요. 그동안 여자제자들을 사회로 내보내면서도 여성차별을 이렇게 실감하지는 못했어요』

 우리나라의 가족계획 운동은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한 자녀 갖기』로 목표를 수정한지 오래다.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들·딸이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고, 여자에게도 직업이 결혼만큼이나 중요해져서 딸을 어떤 직업인으로 키우느냐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큰 기대를 품고 똑똑한 딸을 키워낸 많은 아버지들은 완강한 편견의 벽에 부딪쳐 실망하고 있다. 그런 아버지들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는다면 여성차별의 벽을 더 빨리 허물수 있을것이다.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은 단지 백권을 프린트하여 이미 절품이 되었기 때문에 그 아버지들에게 구해드릴수 없는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많은 아버지들의 애틋한 딸사랑을 확인한것은 반가웠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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