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등 한미공조 고려해야/찬/명분약하고 국익 도움안돼/반 정부가 소말리아에 전투병력을 파병해달라는 클린턴미대통령의 친서를 받아놓고 고심하고있다.
혼미상태로 치닫는 소말리아에 전투부대를 보낸다는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국가의 내전에 연루돼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등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일환으로 대대병력의 공병부대(상록수부대)를 소말리아에 파견한 상태다. 따라서 전투병력을 추가파병한다는것은 6·25와 월남전등을 통해 인명손상등 전쟁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국민에게 내세울 명분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한미관계가 걸린 문제라 곤혹스러운것이다.
결코 받고싶지않은 껄끄러운 요청임에도 요청의 당사자가 다름아닌 국제관계에서 가장 주요한 파트너인 미국이라 선뜻 가·불가의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게 정부의 현 처지다. 시기적으로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정부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감안한듯 13일 현재까지도 전투부대파병을 요청한 내용을 담은것으로 알려진 클린턴미대통령 친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고있다. 검토단계가 아니라는 원칙표명외에는 클린턴미대통령이 전달한 친서의 내용조차 전혀 공개하지않고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조차도 잇단 외신보도에 불구, 노코멘트로 일관하다 이날에야 간접확인해줬을 뿐이다.
이같은 신중론은 김영삼대통령이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클린턴미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뒤에도 아무런 언급을 않는 상황때문이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입장이나 정부의 잠정결정으로 비쳐질것을 우려하는것 같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청와대를 비롯, 외무부, 국방부등 관련기관에선 일단 전투병력파병문제를 놓고 득실을 재보는등 비공식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현재 정부의 공식입장이 『현단계에서 검토하고있지않다』는것이다.그러나 내부적으론 부처 및 당국자들의 개인견해에 따라 미정부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것부터 절대 불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전투병력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의 논리는 대통령친서를 통한 전통우방인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6·25때 미국을 위시한 유엔군이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우리나라를 지켜줬을 뿐아니라 현재도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억지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때 미국의 요청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관계자는 특히 미국이 북한핵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점,오는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우호분위기마련필요등의 요소도 들었다.
그러나 우방인 미국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전투병력의 파병은 곤란하다는 견해는 다수이면서 보다 실질적인 이유를 제시하고있다.
이미 건설공병단으로 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고있는 만큼 전투병력의 추가파병은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없고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것으로 비쳐 좋지않은 여론을 만들수 있다는것이다.
당초 국회에서 건설부대인 상록수부대의 파병동의를 얻을때 전투가 발생하면 철수시킨다는 단서를 달았던 점과도 배치된다.
파병의 실익을 의문시하는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소말리아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미국조차 내년 3월에 발을 빼겠다는 입장인데 미국의 요구만을 좆아 전투부대를 보내는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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