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세청 분위기는 약간은 피곤하고 불만에 찬 모습이다. 세금은 원래 자진성실납부가 기본으로 조용히 걷어야 하는것인데 각종 투기·물가단속에서부터 금융실명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일에 「세무조사」가 약방에 감초격으로 끼게 되는것에 대해 뭔가 마땅찮은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가지 사례를 보면 왜 정부가 세무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이용하고 있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한마디로 세무조사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대부분이 부동산을 소유하고있다. 연고지가 아닌 곳에, 또는 그 부동산을 갖기에는 아직 이른듯한 자녀들 명의도 많다. 그래서 봉급생활자들은 꼬박꼬박 원천징수를 하기 때문에 세무서앞을 아무런 두려움없이 지나갈 수 있을것이란 일반인들의 생각은 일단 여기서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 다음 『아, 세무조사란 과연 무섭겠구나』라고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라는 말과는 다른 차원이다.
올해 세금은 11년만에 예상을 밑돌 전망인데 유독 소득세만은 예외다. 의사 변호사등 자유전문직종 종사자들이 조사를 한다니까 많이 냈기 때문이다.
실명제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포기하는 가명·차명 예금이 상당 액수에 달하고 있다. 일부 고위공직자 정치인 기업가들의 계좌일것이라는 추정이다. 『얼마나 쉽게 벌었으면 이렇게 간단히 포기할까』라고 일반인들은 생각하지만 「명예」를 잃느니 차라리 「돈」을 포기하겠다는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세무조사를 당해 더 큰 치부가 드러나는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명예도 명예인가. 이들이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것은 명예가 아니라 쉽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게 해준 「지위」가 아니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것은 가장 큰 자랑거리다. 실명전환 마감이 돈과 명예가 일치되는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를 바랄 뿐이라는 국세청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더욱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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