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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상업주의 침략우려/「쥬라기공원」불 개봉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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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상업주의 침략우려/「쥬라기공원」불 개봉 임박

입력
1993.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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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보호” 투쟁/양국 시청각부문 가트협상 놓고 공방유럽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미국감독 스키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과 이달초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상영되기 시작한 프랑스감독 클로드 베리의 영황「제르미날」

 공룡을 소재로한 공상영화 「쥬라기 공원」과 북부 프랑스 탄광노동자들의 파업을 소재로 한 에밀 졸라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제르미날」은 모두 엄청난 제작비와 방대한 물량을 투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쥬라기공원은 6천만달러, 제르미날은 프랑스영화사상 최대 제작비인 3천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관심거리는 영화의 스케일이 아니다.

 이 두영화는 지금 프랑스를 필두로 한 유럽과 미대륙간의 해묵은 문화적 갈등과 논쟁, 대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의 문화(시청각)부분협상을 계기로 불붙은 양측간 문화전쟁에 기름을 뿌렸다.

 유럽언론들이 묘사하는 「쥬라기공원」은 『미국의 돈과 흥행성의 무기 앞에 속수무책으로 극장과 안방을 내준 유럽 대중문화에 대한 공룡의 무자비한 마지막 습격』이다. 이에비해 「제르미날」은 미국의 상업적 포화앞에 유럽의 정신과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프랑스의 투쟁으로 해석되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의 최신호 표지사진은 에펠탑이 우뚝솟은 파리시가지를 입을 벌린 거대한 공룡이 막 삼키려는 모습이다.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미국문화의 침략」. 런던에서 발행되는 유로피언지의 기사제목은 「공룡의 탐욕」이다.

 유럽에서의 공룡은 상업 영화의 천재인 스필버그의 단순한 영화소재가 아닌것이다. 이 공룡은 유럽대중문화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침략을 가장 극명하게 상징하고 있다.

 파리에서 20일 개봉되는 쥬라기공원에 대한 프랑스 문화인의 첫 공식반응은 자크 두봉 문화부장관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지난달 도빌 영화제에서 쥬라기공원을 보고 『이영화는 프랑스인의 문화를 위협한다』고 촌평, 미국을 자극했다.

 이 영화에 대한 프랑스등 유럽의 지나치도록 민감한 반응은 가트협상과 직접 관련돼 있다. 가트 협상의 연내 타결에 걸림돌이기도 한 시청각 부문(영화·TV프로그램·비디오)에서 유럽과 미국은 농산물분야와 함께 대립하고 있다.

 이 분야는 항공기 다음으로 중요한 미국의 대유럽공동체(EC)수출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EC각국은 일반적으로 자국 영화와 TV산업보호를 위해 일정량의 국산물제작과 상영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TV 프로그램의 40%를 국산프로그램으로 방영해야 하며 외화수입에도 쿼타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영화및 TV 프로그램 제작에 상당한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이를 불공정행위로 간주하고 폐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유럽은 시청각부문이 가트협상분야에서 완전 제외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정부의 보조금지급과 수입쿼타제는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EC 영화및 TV물 수출은 37억달러. 이에비해 EC의 대미수출은 2억8천만달러에 불과해 심한 역조현상을 보였다. 영화에서는 24배, TV물에서는 12배의 차이가 났다.

 유럽문화인들은 이같은 상태에서 가트가 시청각 부문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주지 않을 경우 유럽영화산업은 종말을 맞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유럽은 고유의 문화전통을 완전히 잃고 미국식 규범과 가치로 평준화되고 말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예술인들은 지난달 유럽의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의 전문화부장관 자크랑은 『이는 문명과 전통유산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여기에는 4천여명의 프랑스 지식인과 문화인들이 동참했다.

 칼라 힐스 전미무역대표는 이에대해 『유럽인들이 치즈처럼 영화를 잘 만든다면 미국에서 팔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조소한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영화인간에도 전쟁이 불붙었다. 미국의 스필버그와 스코트시스감독은 지난 6일 『영화는 자유롭게 창작, 경쟁돼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대해 제르미날의 클로드 베리감독을 위시한 프랑스 영화관계자들은 8일 『영화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반박성명을 보냈다.

 미국의 문화침투에 대한 프랑스의 반발과 경계심은 자국문화에 대한 프랑스의 긍지로 표출됐다. 지난달 28일 원작과 영화의 무대인 릴르시에서 열린 제르미날 시사회에는 미테랑대통령과 자크 들로르 EC집행위원장, 각료, 예술인등 수백여명이 특별TGV편으로 대거 참석, 프랑스영화사에 유례없는 축하와 경의를 표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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