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대수롭지않게 사용하고 있는 접착제가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가늠케 한다면 그 누가 수긍할수 있을까? 나는 30여년전 미술대학 시절에 지구상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그림들이 모두 유기접착제를 매개로 하여 그려짐으로써 변질과 탈락현상이 온다는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무접착제의 회화기법을 연구하기 위하여 오히려 접착제에 관한 연구를 시작함으로써 반영구적인 벽화를 그려 낼 수있는 무접착제의 동유화(동유화)기법을 만들었다. BC 4만년께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조벽지벽화는 석회암층의 탄산수 용해질의 자연피막으로 접착되어 보존돼오고 있다. 또 시베리아지방에서 출토된 1만년전의 신석기시대 흑요석 돌창은 천연산의 HOT MELT 접착제인 역청으로 녹여 붙여썼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보편적이며 많이 사용되어온 아교는 비록 목재가공뿐 아니라 동서회화양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동양화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고 있는 회화재료이다.
지금으로부터 3천5백여년전 토토메스 3세때의 이집트 벽화를 보면 아교의 제조사용법이 상세히 그려져있고 투탄카멘 왕묘에서는 아교로 만든 목가구가 여러 점 출토되었다. 고구려벽화와 고려불화가 모두 투명하고 질좋은 아교와 어교·녹교등을 주로 사용했음은 말할나위도 없다. 불교가 점차 성행하면서 살생을 금함으로써 소뼈대신 해초나 어교·민어풀등을 사용했으며 일본에서는 몰래 활을 만들기 위해 「니베」라는 녹교를 쓰기도 했다.
1894년에 시카고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베니어합판기법은 그후 접착제의 발달과 함께 라미네이트 기법으로 발전되어 오늘날의 스키, 골프채, 라켓, 석궁, 악기등 수없이 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만들어 냈다. 1955년에 코닥사가 발명한 이스트반 910이라는 순간 접착제는 1961년 최초로 동경의대에서 지금까지의 봉합수술시대에서 접합수술시대를 여는 역할을 했다.
1940년 쉘사가 발명한 에폭시 열경화성 수지접착제는 이집트 아프심벨신전(BC3,000)의 거대석상을 수몰지구로부터 복원해 내는 역할을 해 냈다. 한국의 콩댐기법, 장지기법도 모두 접착제의 성격에 의한 우리 회화양식에 다름아니다. 이래서 나는 대수롭지않은 삶속에서 그림을 배운다.<이종상·화가·서울대교수>이종상·화가·서울대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