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10월은 예술활동이 활발한 계절이다. 센트럴파크가 단풍으로 화려하게 채색되고, 이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길들은 가을철 전시회와 공연으로 밤낮이 없는 문화예술의 거리가 된다. 그런데 지난주말부터 12세의 한인소녀가 뽑아내는 바이올린 선율이 공연예술의 본바닥인 뉴욕의 음악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타고난 소질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사라 장(장영주)이 지난 7일부터 링컨센터의 애버리 피셔홀에서 뉴욕필하모닉과 차이코프스키를 협연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은 올해로 창단 1백50주년을 맞는 전통과 권위의 세계적 교향악단이다. 이 교향악단이 가을연주를 열면서 나흘간 나이어린 사라 장을 바이올린협연자로 선정한것부터 이례적인 평가를 내린것으로 볼수 있다. 뉴욕에서 공연하는 젊은 음악가들은 뉴욕타임스의 몇줄짜리 음악평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런 세계에서 사라 장은 이미 공연이 있기 전부터 뉴욕타임스에 3페이지에 걸친 특집으로 음악적 재능이 분석되고 평가되었다.
사라 장이 협연하는 뉴욕필하모닉의 공연은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의 가을 연주일정을 알리는 신문광고에는 「사라 장의 연주는 매진」이란 고딕글자가 첫공연 시작전부터 박혀나왔다.
자줏빛 드레스를 입고 방실방실 웃으며 관객앞에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사라 장은 전형적인 한국소녀의 표정이었다. 손에 묻은 땀을 드레스에 닦아가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이 소녀에게 사람들은 넋을 잃었고 공연이 끝나자 모두가 일어서서 갈채를 보냈다. 뉴욕필하모닉의 노지휘자 쿠르드마주어는 감사의 인사로 악수를 청하는 사라 장에게 응답하며 한 손으로 할아버지가 손녀를 대하듯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두번째 공연일인 8일 애버리 피셔홀에는 수십명의 한국인들도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만족감이 배어있었다. 사라 장은 8세때 당시 뉴욕필하모닉의 지휘자였던 주빈 메타의 초청으로 리허설도 없이 청소년을 위한 연주회에서 재능을 과시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사라 장과 뉴욕필하모닉과의 올가을 협연은 스타탄생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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