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을 통해 북한에서 우리측으로 입국한 첫 외국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12일 낮12시께 판문점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지역에서 개리 애커만 미하원 아·태위원장은 김계관외교부순회대사등 북측인사들로부터 환송을 받고 있었다. 불과 10여떨어진 우리측 지역에서는 외무부, 남북대화사무국과 유엔사관계자들 그리고 80여명의 내외신 보도진들이 어깨를 비벼대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우리측은 평화의집 대회의실을 기자회견장으로 제공했지만 애커만의원측은 TV카메라에 판문각이 배경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야외회견을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이윽고 평화의집앞 광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애커만의원은 감개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여기까지는 몇 걸음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지만 실로 멀고 먼 길이기도 합니다. 5백1년전 바로 오늘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내가 비무장지대를 건너온 첫번째 사람이지만 곧 두번째, 세번째 사람들이 뒤따르기를 바랍니다』
애커만의원은 몇차례 더 「콜럼버스의 발견」을 인용한뒤 그의 판문점을 통한 입국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며『재단결(Reunite)을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많은 힘을 기울이고 노력을 해야할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진 사이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곧이어 북한방문의 성과가 있었는지, 우리측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증을 풀기위한 질문이 던져졌다. 애커만의원은 『나는 협상을 하러간것이 아니라 얼음을 깨기 위해 간것』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는 말하지 않겠지만 실패는 없을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되풀이 했다.
남북한간에 일체의 교류가 중단되고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감돌고 있는 지금 그의 방북이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낳기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 미국인이 판문점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그리고 그가 원하는 뉴스의 가치도 없다는것이 분단된 땅에 사는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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