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이탈방지 전화·방문 분주/은행/재벌 “느긋” 중기선 막판저울질/재계 실명전환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금융권은 막판 실명확인 및 전환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대입 원서접수창구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차명계좌와 주식 위장분산의 경우 실명전환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차명계좌의 대부분이 실명전환을 하지 않고 이미 변칙 실명확인을 했거나 관망하고있다』며 이들에 대한 정부의 향후 조치에 관심을 표명했다.
○…실명확인 및 전환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은행창구는 아직까지 실명확인을 하지못한 예금주들로 평소보다 크게 붐볐으나 큰 혼잡은 없었다.
은행들은 「순인출 3천만원이상 국세청통보」규정에 묶여있던 크고 작은 일부자금들이 13일이후 은행권을 이탈할것에 대비, 지점별로 전화나 직원방문을 통해 예금인출 자제를 당부하는등 「고액예금주 단속」에 분주한 모습.
한편 장기산업채권은 지난9일 4계좌 4억원이 청약돼 총실적이 11계좌 11억원으로 늘어났으며 금융기관창구에는 청약문의도 증가하는 추세.
○…단자사 창구도 막판 실명확인 및 전환을 하려는 고객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고객들은 대부분 이미 행동방향을 결정한 듯 상담이나 문의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실명전환을 극구 꺼리던 가명계좌들이 속속 전환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이 일부 틀려 실명확인을 거절당한 예금주중에는 막판 실명전환을 하면서도 『당신들과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단자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꼭 필요한 자금인데도 국세청통보가 두려워 인출을 못했던 사람들의 예금인출이 13일 이후 다소 늘어날것으로 보이나 거액의 예금자들은 「표나는 행동」은 자제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현재까지 주식 위장분산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했다고 신고한 대주주가 12명에 불과하자 차명의 불법실명전환에 대한 의혹이 증폭.
증권관계자들은 『대재벌들은 실명제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있는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마음만 먹으면 차명을 또 다른 차명으로 실명전환할 수 있고 또 믿을만한 임직원명의로 되어 있는 차명이야 종합과세실시때까지는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
한편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정부가 차명계좌에 대한 추가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증권계의 관심은「D데이」(12일)이후의 시장전망에 집중. 각 객장에서 시장전망을 토론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눈에 뛰었다.
○…실명확인 마감을 하루 앞둔 재계의 표정은 크게 둘로 엇갈린다. 실명제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온 대기업의 경우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실명제가 경제계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정착돼가고 있는것으로 평가하고 하도급관계에 있는 계열 하청업체의 자금동향등을 점검하는등 다소 느긋한 분위기.
이와는 달리 일부 중소기업들의 경우 아직 실명화하지 못한 비자금등 비실명자금을 법인명의로 전환할것인지, 고율의 세금을 감수하고 개인명의로 실명화할것인지, 기명채권을 구입할것인지등을 놓고 막판 저울질하는 모습.
금융실명제 상담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는 상의나 무협은 지방기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실명제 보완으로 풀린 자금이 생산현장으로 흐르지 않고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실명확인이 끝난 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대정부 건의안을 공식 전달할 계획이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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