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접근 목숨걸고 활약 『생존자를 구조하고나서 파장금항에 돌아와 얼매나 술을 먹었는지 몰라라우. 죽어가는 사람들 모두 구하지 못한게 죄스럽고 매음아프고 혀서』
10일 서해훼리호 침몰 당시 최초로 유자망어선 「종국호」(9톤급)로 사고현장에 접근해 생존자 44명을 구조한 이종훈씨(42·위도 진리)는 차가운 바다속에 가라 앉아 있는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가 사고소식을 들은것은 10일상오 10시10분께. 식도와 위도사이의 자녀바위해협에서 다른 어선 10여척과 함께 낚시꾼들을 태우고 돔, 우럭떼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여객선이 침몰했다. 무전이 들리면 빨리 임수도 북쪽으로 가라』는 다급한 무전에 무작정 방향타를 돌렸다.
사고현장에는 진홍색 구명보트 4개가 떠 있었다. 그중 1개는 뒤집혀 있었고 승객 30여명이 구명보트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스박스, 널빤지등 위태로운 부유물을 붙잡고 있는 승객들이 이씨로선 더 급했다.
낚시꾼 12명이 이씨와 선원 림이택씨(56)를 거들었다. 림씨는 외사촌동생이 사고선박 선실에 갇혀 숨진것도 모른채 생존자를 구조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고무보트에 접근하는 순간 파고가 높아져 자칫 종국호와 구명보트가 부딪칠 위기도 있었다.
이씨는 그러나 오랜 어부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배를 방파제처럼 이용해 고무보트가 3∼4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 막고 1명씩 배로 끌어올렸다.
『1시간30분가량 지난 다음에야 해경선이 나타났지라우. 파장금항에 생존자를 내려놓으니 맥이 풀리더구먼요』
이씨는 『구조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갔더니 안사람이 「당신 생명이 둘이냐」고 다그쳐 혼좀 내줬다』며 『유족들이 빨리 슬픔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11일에도 주민40여명과 함께 배를 몰고 시체인양작업을 도왔다.【위도=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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