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짐 과적상태… 중심 못잡아/무자격 갑판장 서툰조종 결정적
서해훼리호침몰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악천후속의 비상상황에서 무자격자가 자동차의 운전대격인 키를 잡고 배를 움직인데다가 사고지점에서 급격한 항로변경을 시도한 데 있는것으로 추정된다.
부안경찰서 사고수사전담반(반장 김재원수사과장)이 생존자들의 목격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서해훼리호는 10일 위도 출항당시 원래 키를 잡게 돼있는 조기장 장봉환씨(56)대신 갑판장 최연만씨(42)가 조타실의 키를 조종했다.
이같은 사실은 훼리호에 승선했다가 살아난 부안경찰서 이남수경장(39)등이 증언한것이다.
선박의 입출항시 밧줄처리등과 갑판상 정리작업을 총괄, 항해자체와는 무관한 갑판장이 키를 조종한 이유는 조기장 장씨는 물론 항해사 박만석씨(51)등 항해전담승무원 2명이 모두 승선하지 않은 때문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결과 훼리호는 규정된 승무원 10명중 항해사 조기장과 기관원 서영국씨(34)등 3명이 승선하지 않은채 선장을 포함해 승무원 7명만으로 운항했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과 승객들의 증언을 종합, 사고경위를 다음과 같이 추정하고 있다.
높이 3의 파도와 강풍속에 위도를 떠난 훼리호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몰아치는 파도와 바람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가장 안전한 항해방법, 즉 뱃머리쪽으로 파도와 바람을 가르며 항해하기 위해 격포항을 향한 직선코스를 택하지 않고 북동쪽으로 30분가량 항해했다.
그러나 높은 파도로 인해 배가 제대로 전진하지 못한데다 배가 앞뒤로 요동치는 피칭(Pitching)이 심해 조타(키 조종)에 능하지 못한 갑판장 최씨로서는 배를 제대로 조종하기 어려웠을것이다. 피칭이 심하면 배꼬리 아래에 있는 방향타가 물위로 자주 노출돼 키가 겉돌게 되고 따라서 키조종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선장 백수두씨(56)는 20년경력으로 비교적 경험이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백씨는 정상항해는 여의치 않으나 정상항로에서 지나치게 거리가 멀어지기 전에 항해방향을 목적지인 격포항쪽으로 돌리려 한것으로 보인다. 격포항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배를 동남쪽 즉, 진행방향의 오른쪽으로 30∼45도 돌려야 한다.
문제는 선장의 우회전지시를 받은 갑판장 최씨가 키 조종원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겠느냐다. 배 측면전체로 강한 파도와 바람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는 아주 천천히 키를 돌려 방향전환을 시도하는것이 항해술의 기본이다. 그러나 갑판장 최씨로서는 키조종자체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키를 많이 돌리거나 불가항력적으로 키가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순간 강한 파도를 측면에 맞은 훼리호는 뱃머리부터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원래 복원력이 낮은데다 과적상태였던 훼리호는 통제불능에 빠져 기우뚱거리다가 재차 파도에 밀려 오른쪽으로 침몰했을것이라는 추정이다.
선장 백씨가 사고지점에서 우회전의 위험을 인식, 정상항로에서 많이 벗어 나더라도 계속 북동쪽으로 항해를 계속해 파도가 낮은 육지가까이까지 가서 아래로 내렸왔더라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부안=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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