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거북이 운전대회가 10일 한국일보사 주최로 열렸는데, 2백50여대의 참가 자동차들은 여의도 광장에서 태릉 육군사관학교 까지의 25㎞를 거북이 처럼 여유있게 달리며 질서를 지키는 기쁨을 만끽했다. 「거북이 운전사」들은 대부분 아내와 자녀들을 동반한 젊은 가장들이었다. 나는 김재훈씨(현대자동차 사원)의 차를 타고 갔다. 그의 엘란트라에는 아내 김명희씨(상암국교 교사), 아들 성진(5), 아내의 담임반 반장인 황정은양(상암국교3)이 타고 있었다. 30대중반인 그들 부부는 둘다 운전을 하는데,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가장 큰 병폐는 나혼자 먼저 가겠다는 급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40대·50대 운전자들이 30대보다 더 성급하고, 질서의식도 약하다는것을 자주 느낍니다. 20대초의 젊은 운전자들중에 차를 난폭하게 모는 사람들이 많은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못지않게 나이든 운전자들이 거리질서를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든 세대는 불안정한 시대를 줄곧 뛰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에서도 그런 태도가 나오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의 경험으로 운전매너가 가장 좋은층은 20대후반과 30대인데, 윗세대에 비해서 보다 안정된 시대를 살아온 젊은 세대가 자동차 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할것입니다』
한국일보사가 지난 15년동안 주최해온 거북이 마라톤과 이번에 처음 시작한 거북이 운전대회의 공통점은 우리사회에서 성급함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거북이 마라톤은 걷기운동인 동시에 참을성을 키우는 정신운동이다. 조급한 사람에게는 뛰지않고 걷는것이 매우 고통스럽다. 먼길을 거북이처럼 꾸준히 걷는동안 우리는 사색하고 인내하는 힘을 얻게 된다.
거북이 운전대회가 추구하는것은 준법과 질서와 여유다. 행사장에는 『거북이 운전, 행복으로 가는길』이라는 표어가 보였는데, 이말은 과장이 아니다. 운전자들이 성급함을 버린다면 난폭운전·과속·무질서등 거리의 아귀다툼이 사라지고, 우리가 거리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크게 줄어 찡그린 얼굴이 보다 밝아질것이다. 물론 교통사고도 줄어들것이며, 1년에 1만명이상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의 왕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게 될것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과 수출에서 세계 7번째이고, 자동차 등록대수는 6백만대로 인구 7.3명당 1대꼴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우리 생활속에 자리잡은 역사가 짧은 만큼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걸맞는 자동차문화가 성장하지 못했다. 자동차는 오랫동안 「달리는 흉기」로 불리기까지 했다.
거북이 운전 캠페인은 남보다 빨리 달리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질서와 법규를 지키며 여유있게 운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두가 빨리 달릴수 있게 하자는 운동이다. 도로는 한정돼 있는데, 자동차 대수는 계속 늘어 97년에는 1천만대를 넘어설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문화를 지금 바로잡지 못하면 점점 더 끔찍한 상황이 올것이다. 자동차를 몰고나와 그날 거북이 운전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열기는 자동차문화를 그대로 두고 볼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표출이다. 「거북이 운전사」들이 계속 늘어나 「토끼 운전사」들을 눌러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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