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정기여객선 서해훼리호의 침몰대참사는 우리사회의 안전관리의식과 수준이 아직도 저개발국가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또 이번 참사는 거듭되는 대형사고가 일깨워주는 교훈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채 요행만을 바라고있는 적당주의행정의 행태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있다. 도대체 우리사회는 얼마나 더 참혹한 대형사고를 언제까지 더 많이 겪어야만 정신을 차리게 될것인가,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78명의 목숨을 앗아간 구포역부근무궁화호 여객열차의 탈선·전복사고가 났던게 지난3월28일이다. 64명이 참사한 아시아나여객기의 목포공항부근 야산추락사고가 발생한것도 두달남짓전인 7월27일이었다. 몇달씩 간격을 두고 똑같은 유형의 대형사고를 되풀이하는 사회라면, 국민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해야할 정부, 특히 해당행정부처가 기본부터 잘못돼 있다는것을 드러낸것이 아닐수 없다.
구포열차사고와 아시아나여객기 추락사고, 그리고 이번 서해훼리호 참사의 밑바닥에 흐르는 원인을 따져보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요행만을 바란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어기는 「무리한 강행」과 적당주의의 해이한 정신상태가 깔려있음을 알게된다.
특히 해당부처가 전례없는 대형참사를 거듭해 겪으면서도 국민생명의 안전을 최우선과제로하는 위기관리 체제를 정비하는등의 심기일전의 노력을 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차제에 이 부분에 대해 일대 경종을 울리는 문책이 있어야 할 줄로 믿는다.
서해훼리호의 정확한 사고원인은 침몰한 선체를 인양한뒤 출항에서부터 침몰할때까지의 상황을 정밀수사 해봐야 밝혀질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드러난 정황만을 검토해 봐도 「무리한 운항」이 빚은 인재이고,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방지할 수 있었던 전근대적인 사고였음을 쉽게 추정할 수있다.
정원은 말뿐이고 얼마든지 더 태우고 무리, 항해사가 아닌 갑판장이 키를 잡은 불법, 파고3∼4m의 풍랑속 항해를 강행한 안전의식결여, 승선인원마저 정확히 모르고 또 보고자체를 하지 않은 제멋대로의 운항,출항과 회항 사실을 관할지방해운당국에 보고하지 않고서도 운항이 가능한 연안여객선의 무질서한 운항관행등이 1백수십명의 생명을 앗은 참사의 직간접원인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진수한지 3년밖에 안된 훼리호라면 현대적인 기술로 건조된 신형여객선일것이다. 그러나 그 여객선을 운행하는 선주와 선장등 승선요원들은 전근대적인 의식과 행태에 사로 잡힌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감독하고 지도해야할 행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에 정신이 팔렸는지 무사안일속에서 해야할 일을 하지않고 있다가 또 대형참사를 당한것이다.
우리사회 도처에 도사리고있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근본적으로 뿌리뽑지않는 한 대형참사는 예방될 수 없다. 정부와 국민모두가 그것부터 알아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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