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현재 5.9%만 실명전환/예금전체확인율 71%와 큰 대조 그 많다던 차명예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실명전환 유예기한이 임박했는데도 차명예금의 실명전환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극히 저조한것으로 드러나 차명예금의 지난 두달동안 행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한편으로 차명예금을 변칙처리한 사람들은 실명전환 만기일인 12일이 지난후 혹시 정부가 이에 대해 실사에 착수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가명예금이야 어차피 규모가 빤히 드러나 있어 실명전환을 하든지, 과징금을 물더라도 그냥 놔두든지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차명예금은 변칙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어 앞으로 이들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하고 있다.
실명전환 의무기한을 나흘(일요일 제외) 앞둔 7일 현재 실명전환이 이뤄진 차명예금은 2조1천6백여억원으로 금융권 전체 예금 3백41조1천2백억원의 0.64%에 불과하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차명예금의 규모가 전체 실명예금의 10%수준을 넘는것으로 추정해왔다. 따라서 3백41조원의 10%인 34조원이 차명예금이라 할 때 실명전환이 이뤄진 예금은 차명예금 전체의 5.9%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이날 현재 전체 실명확인율 71.4%와 가명예금의 실명전환율 70.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이다.
물론 애초부터 차명예금의 규모가 실명예금 전체의 10%에 크게 못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일선창구에서 고객들과 늘 접해온 관계자들의 추정이 전혀 근거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차명예금의 대부분이 실명전환 대신 어떤 형태로든지 차명 그대로 실명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차명예금을 모두 검은 돈 또는 구린 돈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별다른 생각없이 부인명의나 자녀명의를 이용해온 선의의 예금자들도 많다. 문제는 차명계좌를 세금포탈이나 검은 돈의 은폐 수단으로 이용해온 경우이다.
이러한 「검은 차명」은 ▲세금우대를 받기 위해 예금을 여러개의 차명으로 분산한 경우 ▲기업이 임직원 명의로 숨겨놓은 비자금 ▲정치자금이나 뇌물성 예금 ▲임직원 명의의 주식 위장분산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대부분 차명 그대로 실명확인을 했으며 비자금이나 정치자금 같은 검은 돈들은 사채시장에서 통장할인등의 수법으로 변칙처리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기존의 차명계좌 외에 실명제 실시 이후의 새로운 차명도 문제다. 가명계좌를 남의 이름으로 전환한다든가, CD(양도성 예금증서)를 만기에 다른 사람을 통해 상환받는다는가 하는 경우이다.
명의를 남에게 빌려준 사람은 96년부터 금융자산에 대한 종합과세가 실시되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에대해 무감각하거나 정말 종합과세가 실시될 수 있겠느냐 또는 실시되더라도 3∼4년전에 일어난 금융거래에 대해서까지 정말 소급적용하겠느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정부는 차명예금의 변칙처리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차명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게 최근까지의 한결같은 입장인것같다. 그러나 차명예금의 실명전환 실적이 저조해 앞으로 ▲가명예금과 차명예금의 형평성 ▲실명제의 퇴색등을 지적하는 여론이 거세질 경우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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