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41개 4년제대학들의 입시요강이 실린 신문지면을 훑어보다가 포항공대에 눈길이 멎었다. 3백명정원중 40%인 1백20명을 12월22일 특차선발하고 60%인 1백80명은 94년1월11일 본고사를 쳐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특차선발은 수능시험성적과 고교내신성적을 6대4 비율로 반영한다고 했다.◆본고사선발은 내신과 본고사성적을 5대5로 한다. 과목은 수학과 과학 두 과목. 다른대학에 비해 별로 유별난것은 없다. 관심이 가는것은 본고사 날짜를 1월11일로 늦춰잡은데 있다. 이 대학이 당초 본고사일을 12월28일로 잡아놓고 교육부에 사전승인을 구했다가 거절당한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른대학 같았으면 서울대등 주요 87개대학들이 본고사나 면접전형일로 잡은 1월6일을 택했어야 했다. 그런데 포항공대는 특차로 본고사를 고집하다 안되니까 아예 뒤로 처졌다. 남다른 소신파인 김호길학장의 고집때문일까, 아니면 교육부에 대한 저항일까 궁금했다.◆김학장에 장거리전화로 사연을 물어봤다. 그의 전화음성엔 괴로움이 실렸다. 교수들의 60%가 『서울대보다 먼저 못칠바에야 적어도 같은날에는 쳐야한다』며 11일로 잡는것을 반대했다고 했다. 자신의 양심으로는 그럴수없어 뒤로 잡았다는것이다. 김학장은 「복수지원제」를 도입한 새입시제도가 확정될 당시 교육정책자문위원이었다. 복수지원제를 누구보다도 앞장서 찬성했다는것이다.◆그러했던 자신이 특차모집을 못했다해서 서울대와 같은날을 택하면 정책결정에 참여했던 사람이 스스로 학생들의 복수지원을 봉쇄하는게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그게 자기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했다. 사학의 책임자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량심이다. 그러한 소신과 양심이 포항공대를 한국의 MIT로 키워가는 밑거름인지 모른다. 듣기에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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