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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등록제의 떼어야할 혹/김신복 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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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등록제의 떼어야할 혹/김신복 서울대·행정대학원교수(월요논단)

입력
199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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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11일자로 개정·공포된 공직자윤리법은 종전의 재산등록제를 대폭 강화한것이다. 그에따라 등록과 공개가 끝나고 심사를 거쳐 재산증식과정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드러난 고위공직자 54명이 자진사퇴 또는 경고조치를 받았다. 공직자 재산등록제는 공직사회의 부정과 뇌물수수를 감소시키고 행정의 공정성과 비리제거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재검토해야 할 측면과 운영상의 문제점들도 적지않다고 본다. 우선 공직자 재산등록을 새로 시작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심사와 제재는 과거의 행적에 초점을 두고있다는 점이다. 종전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1985년부터 4천명이상이 재산을 등록하고 변동신고를 해온 자료는 현정부출범이후 폐기한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그대로 봉직하고있어 기초자료로 활용할수 있을 뿐 아니라 성실신고 여부도 심사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등록은 말소해 버린 것이다.

 본디 등록한 재산내역은 그후의 부당한 재산증식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하는것이 재산등록제의 기본취지이다. 그러나 이번에 등록·공개된 자료는 오히려 과거의 투기혐의등을 규명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어디에도 과거의 행위를 소급하여 징계한다는 조항이 없으며 오히려 등록사항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나 처분을 받지않는다는 조항을 두고있다. 물론 부도덕한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지만 투기와 투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것도 사실이다. 또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했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텐데 사표를 내는것만으로 면죄부를 받고있다. 그리고 비공개대상자들의 등록재산도 같은방침을 결정할지 의문이다. 이처럼 제재의 기준과 한계가 분명치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는것이다.

 다음으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내역 공개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우선 등록재산소유자의 범위를 미국이나 필리핀에서는 본인·배우자·부양자녀로 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직계존비속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물론 피부양자가 아닌 자는 자신의 재산등록사항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그 경우에는 더욱 의심을 받기쉽다.

 등록된 재산의 공개여부는 제도 자체의 기본목적에 비추어보면 부차적인 문제이다. 공직자 재산등록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있는 국가들중에도 미국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있지만 싱가포르는 비공개로 하고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에는 비공개로 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문제도 거의 없었고 사회적 관심도 적었다. 그러나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고위공직자들은 직계존비속까지도 프라이버시침해를 감수해야 했으며 이른바 인민재판식 비판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재산공개결과 상당수의 고위공직자들이 10억원이상의 재산을 갖고있는데 대해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으며 그것이 지도층의 이미지에 한층 불신을 가져온 점도 부인할수 없다. 일반국민들은 재산의 형성과정보다도 그 규모에 흥미본위의 관심을 가지고 도매금으로 비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보호라는 입장에서는 개인의 보유재산 내역을 부동산의 번지와 품목의 세부내용까지 공개하는것도 불합리하다고 본다. 관계당국에서 실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자세한 내역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게 공개된 내용은 당사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거나 영업상의 정보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무보수 명예직인 지방의회 의원들중에는 사업가들이 많은데 재산공개로 인해 입게될 피해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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