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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말만 앞서는 클린턴의 외교정책(세계의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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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말만 앞서는 클린턴의 외교정책(세계의 조류)

입력
199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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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해석하고자하는 사람들은 정작 대통령으로부터는 이렇다할 도움을 받지 못한다. 클린턴대통령은 최근 유엔연설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지만 미국의 해외활동에 대해선 딱부러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앤서니 레이크국가안보보좌관·매들린 올브라이트유엔대사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앞으로도 세계질서를 주도할것이다』라고 클린턴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지금은 외국문제에 개입하는것이 투자가치가 있음을  대중에게 확신시키기가 어려운 시대』라고 말한다. 위험한 길을 헤쳐가야하는 일에는 특히 그렇다. 그래서 미국은 핵심중에서도 핵심을 고르고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위험부담이 적고 비용이 적게드는 「평화유지」정책이 열정적인 「평화만들기」정책을 대체하고 있다는것이다.

 더이상 양대열강이 지배하지 않는 세상에서 전 세계를 포괄하는 비전을 제시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클린턴행정부가 특정 사안에 대해 규모가 축소된 전략을 적용할 경우 「실용주의」는 발을 빼기 위한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스니아인들처럼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그들은 『대량 살상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클린턴이 약속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피와 돈이 그들의 땅에 뿌려질것으로 믿었다.

 더 나쁜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소말리아에서처럼 상황이 어려워지면 발을 빼거나 보스니아에서처럼 많은 조건을 달아 실질적으로 개입을 불가능하게 만든것은 살인집단으로 하여금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게 만들었다. 매보다 말이 앞서는 상황에서 아이디드나 밀로셰비치 같은 자들이 클린턴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는것이다.

 클린턴은 고립주의의 해악을 매도하면서도 유엔의 확장주의를 비난하고 있다. 그 자신은 취임사에서 『국제사회의 양심이 도전받을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말이다.

 클린턴은 또한 전임자인 조지 부시의 대중국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에 부여한 최혜국대우를 철폐하겠으며 무역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중 어느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클린턴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를 가리켜 『대통령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제 무역우선정책이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임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중국경제를 활성화시키는것이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궁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깨닫고 있다.

 엄밀하게 말해 전쟁이나 혁명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클린턴은 수월하게 중국에 대해 보다 진전된 입장을 취할 수 있었다. 공포와 폭력이 곧 무기가 되고 있는 보스니아와 소말리아 같은 곳에서 클린턴이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잔학행위를 줄이기 위해 군사개입을 하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것이다. 인명살상이 정부정책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정치체제가 변하지 않고는 고통경감은 불가능하다.

 오늘날 국제문제 개입은 필요의 문제라기 보다 선호의 문제다. 소말리아와 보스니아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는것은 자기방어라기 보다 동정의 문제에 속한다. 혹자는 이들 지역에 개입하는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냐 고 반문한다. 그러나 대대적인 개입만이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면 미적거리다 시기를 놓치는 우를 더이상 범해선 안된다. 그리고 미국은  자초한 무능을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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