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잭슨 공연불허에 의아 나는 마이클 잭슨의 팬은 아니다. 그의 음악을 한두번 들어봤지만 별스런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와 달리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것은 사실이다.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이상한 일이지만, 잭슨의 음악을 듣고 그토록 기쁨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들의 자유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국의 문화체육부가 마이클 잭슨의 서울공연을 불허한 조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리들이 무엇을 근거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의아했다. 이를 계기로 관리들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위상과 영향력에 대해 새삼 생각을 해보게 됐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언론의 자유가 있고 한국일보등 신문지상에 나타나는것처럼 현안이 있을경우 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테이프와 CD를 사는데도 아무런 제한이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자기나라에서 마이클 잭슨의 공연에 가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국이 불허한 이유중 하나는 입장권이 너무 비싸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같은 논리는 정말 어색하다. 루치아노 파발로티등 세계적인 오페라가수와 발레단등이 서울에서 공연할 때도 입장권은 대단히 비쌌지만 공연이 금지되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의 부의 분배는 아시아에서 가장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 영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번째 이유는 나를 더욱 당혹하게 한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받아들일 수 없는 외국문화의 전형이고 한국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오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것은 당연하다. 지난30여년간 노력해 이룩한 경제적성과는 다른 나라의 모범이 돼 있기도 하다. 이같은 성과를 이루기까지에는 외국인들의 도움도 있었을것이다. 물론 한국인들 자신이 대부분 이룩해낸 결과이기는 하지만 외국의 차관과 기술, 해외유학등이 모두 한국이 성공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그런데 왜 해외문화나 해외사상은 「퇴폐적인 면」이 있다고 여기는가.
오늘날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미국이 이민을 받아들이고,해외사상을 수용하며 외국의 경제적 원조를 받아들이는데 가장 개방적인 나라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표현에 의미가 있다면 나라간에 사상과 문화가 상호 교류함에 따라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어떤 영향은 긍정적인것이고 어떤 영향은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의 영향을 막으려고 체계적으로 노력하는 곳은 권위주의적 국가뿐이다.
다행히 한국은 이같은 권위주의 사회가 아니다. 그렇다면 해외문화를 꺼리는 태도는 단순히 구시대의 유물인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고 주요조치를 내릴 수 있는 한국관료들의 「대단한 힘」이 부러울 뿐이다. 나도 같은 공직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주한영국대사관 1등서기관·정치담당>주한영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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