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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좋은」 국영기업체/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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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좋은」 국영기업체/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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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영기업(정부투자기관)은 취직을 앞둔 대학생들사이에서 최고의 인기직장이다. 이런 국영기업이 개혁의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왜 최고의 인기직장이 되고 있는 기업을 개혁하려 하는가. 국영기업을 흔히들 「한국형 철밥통」이라고 한다. 한전 한국통신 도로공사 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 주택공사 등 소위 「물좋은 기관」으로 통하는 국영기업은 국가독점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부도날 위험이 전혀 없고 혹시 경영이 어려워 적자가 쌓이더라도 국가가 책임져 준다. 임직원들은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 봉급은 물론이고 주택자금지원 등 여러가지 후생복지가 민간대기업 못지 않게 양호하다.

 경제기획원이 국영기업의 나눠먹기식 경영실태를 발표했을 때 민간기업체 종사자들은 『과연 좋기는  좋구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중국이 경제개혁의 제1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철밥통(한번 취직하면 모든 복리후생을 정년까지 보장)이 우리나라에도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나라 11개 국영기업은 이 철밥통을 퇴직자 자녀에게 세습시켜 주고 있기까지 하다. 대학생들이 창의적인 사회활동보다는 철밥통을 선호하여 국영기업을 택하려 한다면 국가적으로 무척 불행한 일이다. 이것은 바로 지식인의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 기피)현상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영기업을 이토록 방치한 정부당국이다. 정부당국이나 집권여당이 철밥통을 더 향유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사장자리가 떡하나 주는 식으로 임명된지 오래다. 지금 국영기업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몇몇 주무장관들도 입각 바로직전까지 국영기업사장으로 방만경영의 심화에 일조한 사람들이다. 이경식부총리(가스공사), 김철수상공부장관(무공), 이계익교통부장관(관광공사) 등이 모두 국영기업체사장을 지냈다. 경제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효율을 높이는데 있다. 그냥 가만 있기만해도 평생 직장을 보장해주고 놀아도 그만 일해도 그만 아무런 위험도 자극도 없는 직장, 생전 깨지지 않는 밥통이 바로 철밥통이다. 그 철밥통에 밥을 담아주는 사람은 국민들이다. 개혁의 열기에 싸여있는 중국은 지금 그 철밥통을 깨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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