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거의“대세순응” 굳힌듯/차명계좌 실적은 부진… 변칙의혹 증폭 뒤늦게 실명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은행 단자 증권등 각금융기관 창구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고 금융기관들도 실명화 독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가명계좌의 실명전환이 급증, 실명전환마감당일(12일)에는 대부분의 가명자금이 실명제 「그물망」에 잡힐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은 여전히 부진한 편이어서 상당수의 차명계좌가 변칙으로 이미 빠져 나갔거나 나가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은행창구는 확인·전환절차를 마치지 않은 고객들로 평소보다 붐비는 모습. 은행측도 평소 거래가 잦던 비실명 거액고객들에게 연락, 「대세순응」을 설득하는 한편 초읽기에 몰린 큰손과 직원들이 결탁, 변칙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안단속에 고삐를 한층 강화.
큰손들의 잠복여부로 갈수록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차명계좌는 7일 현재 12만6천좌, 1조1백56억원만이 실명전환을 마쳐 전환율이 총실명계좌중 0.14%(금액기준 0.6%)에 그쳤다. 또 실명계좌(차명포함)전체의 확인·전환율은 금액상으로는 72.6%에 달하지만 좌수기준으로는 48.5%에 불과한것으로 집계돼 전환실적은 별로 양호하지 못한 편.
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은 『아직 확인 및 전환을 하지 않은 실명계좌들의 평균잔액이 93만원에 불과한것으로 미뤄볼때 대부분 휴면계좌 또는 12일까지 굳이 실명화를 할 필요가 없는 소액계좌일것이며 거액예금이 여태까지 차명계좌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조심스럽게 전망.
○…단자사는 마감일이 임박해오면서 창구가 다소 북적대는 모습. 실명확인 및 전환을 하려고 찾아온 고객들이 평소보다 2배정도 많다고 창구직원들은 말했다. 단자사들은 아직까지 실명전환을 하지 않은 고객들은 마감일까지 반드시 전환을 하도록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안내서한을 발송하기도.
그동안 CD(양도성 예금증서)의 만기가 돌아왔는데도 찾지 않고 놔두었던 사람들이 최근 며칠사이 실명확인을 하고 현금상환을 한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 J투자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CD 만기가 돌아와도 신분노출을 꺼려 대부분 상환을 미뤄왔으나 9일 각각 20억원과 10억원짜리 CD통장의 현금상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채전주등 「큰손」들은 이미 행동방향에 대해 결심을 굳힌 상태여서 마감일이 다가오더라도 새로운 움직임은 없으리라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특히 사채전주들 중에도 수십억원대 이상의 거액전주로 60∼70대의 은퇴할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모든게 귀찮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거래하겠다』며 실명전환한 경우가 많은 반면, 퇴직금등으로 1억∼2억원 정도를 굴려온 「생계형」은 마진이 큰 CD중개에 나서는등 빠져나갈 방법을 연구하느라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는것.
○…증권계도 실명을 확인하거나 가·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려는 투자자들이 눈에 뛰게 늘었고「위장분산」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하는 대주주들도 중소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증가.
이날 대원제지공업 김영직사장(45)과 신일산업의 김덕현사장(75)이 4만9천여주(약4억5천만원상당)와 2천1백여주(약2천8백여만원상당)의 위장분산지분을 8일과 5일에 각각 실명전환했다고 증권감독원에 신고.
실명화율(금액기준) 역시 8일 현재 77%로 전일보다 1.4%포인트 상승. 특히 가명계좌의 실명전환이 급진전, 가명계좌의 전환율이 하루사이에 57.5%에서 65.2%로 껑충 뛰었다. 증권관계자들은 『가명의 실명전환도 부진할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마감일(12일)에는 80∼90%에 이를것같다』고 말했다.【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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