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투명성 담보장치 의미/92년 합의 성명서 재처리시설포기 선언 우리의 비핵화정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김시중과기처장관의 발언이 최근의 남북관계 및 동북아정세와 맞물려 적지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김장관의 발언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부인」됐으며 김영삼대통령도 『남북한 모두가 절대로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해 한반도 비핵화정책이 우리정부의 일관된 입장임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정책 재검토에 대한 논란의 여진이 사라지지않고 있는것은 그 시의성과 한반도 주변상황의 미묘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국의 핵실험재개로 시작되고 있는 「핵도미노」현상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을 빌미로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북한의 입지강화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물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내의 일관된 시각은 『이처럼 우려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비핵화정책에 대한 일관된 입장표명이 더욱 필요하다』는것이며 김과기처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원자력의 산업적 사용과 효율 증대라는 순수 과학적 차원에서 재검토가 있어야한다는 의미』라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우리의 비핵화정책은 두가지 틀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하나는 91년 노태우전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이를 계기로 92년2월에 남북간에 합의된「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이다.
노전대통령의 비핵화선언은 당시 미국 부시대통령의 신핵정책이 발표된 이후 변화된 동북아 정세의 안보상황에서 기인한것이었다. 또 그해 9월의 유엔총회에서 노전대통령은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을 계기로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북한도 이에대한 공동선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그 결과 남북한은「한반도를 비핵화함으로써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기위하여」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던것이다.
북한이 동참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게 된 우리의 비핵화정책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치 사용의 금지 ▲핵에너지의 오직 평화적목적으로의 사용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농축 시설 불보유 ▲한반도 비핵화의 상호 검증등 크게 4가지로 요약돼있다. 나아가 우리가 먼저 선언과 이행을 한 후 북한을 이에 동조케함으로써 북한의 실천을 더욱 굳게 담보해 왔던것이다. 사실 그동안 북한이 NPT탈퇴를 저울질하면서 대미협상과 함께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이 스스로 전세계를 상대로 약속했던 「공동선언」부분이었다는것이다.
즉 우리의 비핵화정책은 우리의 도덕성과 북한의 핵투명성을 함께 담보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었던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의 핵정책을 재검토한다는것은 그 자체로서 북한핵제어에 대한 연결고리를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스스로 핵재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지않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핵정책재검토 운운하는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오히려 한반도의 비핵화정책은 더욱 확고하게 유지돼야 한다는것이 김대통령이 이날 밝힌 지시내용의 정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정병진기자】
◎핵재처리란/쓰고난 핵연료서 플루토늄 뽑는 공정
핵재처리란 한마디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사용한 연료에서 유용성분을 뽑아 다시 원료로 재생시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력의 장점을 살리는 기술이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는 경수로형의 경우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U)235 3.3%, 238 96.7%를 혼합 사용하는데 원자로안에서 1∼3년정도 태워도 U235는 0.8∼1%정도 타지않은채 남게된다. 또 우라늄의 0.5%는 새로운 핵물질인 플루토늄(Pu)239로 변한다.
이같이 사용후 핵연료에는 핵분열물질이 1.4%의 농도로 남아있어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우라늄농도 0.7%의 2배에 달해 막대한 자원에 속한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핵분열물질을 추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혼합산화물핵연료(Mox)로 만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중인 경수로·중수로형 원전에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플루토늄만 고순도로 농축할 경우 차세대 원자로라 불리는 고속증식로의 원료로 쓸 수 있다.
재처리는 이처럼 사용후 핵연료를 재사용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66배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같은 분량의 핵물질을 재처리로 계속 사용할 경우 한번 사용으로 생성되는 전기량의 66배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가동중인 9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연5천4백드럼의 폐기물이 발생, 현재 3만9천6백드럼이 쌓여있다. 이중 재처리할수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약2천톤에 달한다. 2천톤을 재생사용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1백년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발전할수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재처리기술로 핵연료를 재생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등 극히 일부에 한정되고있다. 미국은 재처리 기술과 시설은 갖추고 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이며 일본 스페인 인도 중국 이탈리아등은 실험실규모에서 소규모로 실시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있다.【선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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