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기념… 회화·사진 등 천2백75점/비구상작품·파티스트리작업 선보여 원로한국화가 운보 김기창씨(80)와 재불서양화가 손동진씨(72)의 대규모 회고전이 각각 열려 올 가을을 장식하는 중요한 미술행사가 된다.운보의 「팔순기념 대회고전」은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전관(13∼30일)에서 열리고, 근작들은 갤러리현대(20∼30일, 734―8215)에서 선을 보여 그의 긴 예술적 행적과 아직도 지치지 않은 작가적 열정을 보여준다.손동진씨의 회고전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23일∼11월16일)에 이어 샘터화랑(11월18일∼12월17일, 514―5120)에서 열려 국제화단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존재를 모국에 알리게 된다.
전작품을 수록한 도록발간작업과 함께 추진돼 온 운보의 회고전에는 회화 6백50점, 도화 80점, 삽화 1백20점, 스케치 1백점, 사진 2백50점, 기타 자료 75점 등 모두 1천2백75점이 출품되어 그의 커다란 면모를 객관화시킨다.
전시작들은 초기의 「미인도」 등 세필화, 부산 피란시절의 사실주의적인 그림, 예수의 일대를 그린 성화, 산하의 생동감이 가득한 청록산수, 민화에서 출발한 바보산수, 십장생시리즈, 문자화, 점선시리즈 등으로 다양해서 근 10년 주기로 화풍을 바꿨던 그의 장인적 특징이 부각된다.
출품되는 그의 사진들은 또한 8세 때 후천성 귀머거리가 되어 이당 김은호 문하에 들어가 화가의 길을 걷고, 이어 일찍부터 화가적 혹은 대가적 기량을 드러냈던 운보의 고난과 영광에 찬 생애를 보여준다.
운보의 생애에는 부인 고 박내현(1920∼1976)과의 예술적인 교감과 청각장애자들을 위한 그의 인간적인 헌신 등이 빼놓을 수 없는, 그리고 감동적인 삽화로 등장하고 있다.
손동진씨는 파리화단의 정점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화단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도쿄예대 미술학부와 동대학원을 나와 파리국립미술대학을 다시 졸업했다. 서울미대와 이화녀대 등의 교수를 역임하면서 상파울루, 칸, 몬트리올, 도쿄 등지의 국제미술제에 활발히 참여했던 그는 79년에 프랑스정부의 명예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83년 파리의 제7회 조형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의 그림은 실내악 같은 내면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치밀하고 교묘하게 부각된 강렬한 색조의 결합으로 인해 교향악 같은 큰 구성을 이루는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옮겨간 그의 회화와 파티스트리 작업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게 된다. 흐릿한 검정색들의 기저 위로 붉은 색들이 화면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그의 그림에는 신비롭고 격조 높은 정서가 흐르고 있다. 또한 그림의 곳곳에 새겨진 기호적인 형상들과 자연의 이미지, 혹은 고적의 파편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 오는 듯하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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