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목공예사 연구에 새장/장인 창작정신 숨쉬듯… 해학·예술성 넘쳐 20세기 이전까지만해도 일본의 문화 수준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뒤떨어져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에게 화사한 공예품은 도자기나 서책 못지 않은 수집의 대상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 전통문화의 전분야에 걸쳐 한국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도 일본인의 소장품이 되어 숨어 있는 귀중한 문화재가 많다. 그래서 시대별로 문화의 흐름이 갑자기 단절되는 시기가 적지 않다.
두암 김롱두씨가 수집한 목공예품은 1백여점이 넘는다. 이들 모두가 예술성이 뛰어나 조선의 목공예사를 연구할 때 망라되지 않으면 안되는 수작들이다.
17세기께 제작된 이층책장은 해학과 예술성을 결합시킨 놀라운 창작 정신을 보여준다. 앞면에 조각된 24개의 탈이 인상적이다. 하회탈과 병산탈의 양반 부인 각시와 할미 초랭이 합죽이가 각각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어느것 하나도 같은 모습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이제까지 한번도 이와 비슷한 책장이 발견되지 않았다.
단층장이면서도 옆에 또 하나의 장을 붙인듯 독특한것도 있다. 앞면에 붉은색이 감돌아 고급스러움을 내비치는 이 장은 1백명 가까운 많은 사람이 다양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문짝에는 광배와 같은 무늬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큰 조각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아랫단에는 홀을 든 32명이 서 있다. 불교의 변상도를 본따서 세속인물의 생활을 표현한 조각장이다.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한 쌍씩 배치된 18세기 삼층탁장에는 옆면에도 대나무와 화초가 그득하다. 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안방으로 흐르도록 시도했던 장인의 생생한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주칠을 한 붉은 투각무늬 단층장도 목가구사의 연구에 한 단락을 차지한다.
두암 소장 목공예품 중에서 군계일학은 법고대이다. 법고대는 사찰에서 아침 저녁으로 치는 큰 북을 올려 놓았던 받침대이다. 이 조각 하나하나에는 최선을 다한 신앙인의 정성이 진하게 풍긴다. 지금은 이와같은 지고지순한 믿음의 결정체를 쉽게 만들지 못할것 같다.
귀부대 역시 가벼운 공예품이 아니다. 커다란 통나무를 평평히 다듬어서 다리는 낙타, 등은 거북 모양을 한 동물을 서있는 형태로 올려 놓았다. 목은 길게 빼어 하늘을 똑바로 치켜보는데 머리는 거북 형상이 뚜렷하다. 각 부분이 간결하고 사실적이면서 채색을 해서 더욱 인상적이다.
일본에서 이 공예품을 살펴 보았던 정영호교수(교원대)는 『김롱두 선생의 목공예품은 일제 강점기에 헐값으로 일본에 대량 흘러간것 중에서 선별해 수집한것이다.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희귀품이 많아 목공예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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