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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심화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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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심화회」(사설)

입력
199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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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심화회」라는 생소한 이름의 단체가 주최한 아시아미래회의 심포지엄에서 일본측 연사들이 일제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망언을 농했다는 보도가 우리를 어처구니 없게 한다. 일본의 우익평론가로 「협한론」을 펴왔으며 일본에서 한국인 이름으로 출간된 저렬한 한국비방서적의 복면필자로 추정되어온 인사를 비롯한 일본측 발표자들은 일본의 식민지정책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가치기준으로 봐서 정당한것이었으며 한국의 식민통치기간에 중공업 육성과 철도 항만 건설등에 이바지한 측면이 많았다고 궤변을 늘어 놨다는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구보타(구보전관일랑)망언을 비롯해서 다나카(전중각영)등 극우정객들이 그들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등의 망발을 일삼는것을 수없이 들어 왔다. 그러나 그들의 망언과 망발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내에서 행해진것인데 반해 이번의 망언은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한국의 전직 고위관리와 지식인들이 들러리선 가운데 거침없이 토로됐다는 점이 너무나 오만방자하고 충격적이다. 

 그들이 일모의 양심이라도 있는 인사들이라면 어떻게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국권을 침탈유린한 역사의 현장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식민통치가 한국인의 생활향상에 이바지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뻔뻔스럽게 얘기할수 있단 말인가. 또한 그들로 하여금 그런 말을 서울에서 하도록 기회를 준 그 해괴한 모임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일본제국주의가 황국신민화의 구호아래 우리 민족문화를 철저히 말살하기 위해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한국어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배달민족의 어린 소녀까지 전선에 끌고 가서 소위 「황군의 노리개」로 삼았음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역사이다.

 이 땅 고유의 전통을 말살하고 한민족 최후의 자존심까지 짓밟았던 그들이 이제 와서 식민통치가 한국민의 생활향상과 교육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하는것은 한국재식민지화의 망상을 떨쳐 버리지 못한 정신이상자의 잠꼬대라고 밖에는 이해할수 없는 망발이다.

 물론 우리는 과거사에 얽매여 한일간의 우호와 협력정신을 부인하거나 외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민정부는 한일간의 현안인 정신대문제에 관해서도 『배상이나 보상을 일본으로부터 받을 생각은 없다. 다만 재발방지를 위해 과거 군국주의자의 강제연행을 인정하라』는 전향적 자세를 견지하고있다.

 우리는 일본의 사이비지식인이나 극우보수세력의 「협한론」과 「식민통치정당론」을 경계하면서, 아울러 그들의 계략에 기꺼이 무대를 제공하는 국내 일부 인사들의 무책임·무사려를 개탄한다. 진정한 한일우호협력은 일본인의 철저한 과거사 반성과 민족적 양식의 발휘를 토대로 모색되는것이라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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