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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의원들 “경제살려라” 호된 질타/이영성 정치부기자(국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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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의원들 “경제살려라” 호된 질타/이영성 정치부기자(국감석)

입력
199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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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제시하며 야당 못지않은 수위 『경제에 대해 대증요법만 있고 정책은 없다』『민생안정은 물가안정에서 비롯된다. 지금처럼 물가가 올라 서민가계가 쪼들리는 상황에서 고통분담이나 신한국건설은 남의 얘기일 뿐』『대기업 대주주들이 실명마감일을 며칠 앞두고도 위장분산주식을 그대로 두는 것은 편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아닌가』

 4일부터 8일까지 이루어진 재무위의 재무부·한은·증권감독원감사에서 쏟아진 의원들의 말들이다. 이런 지적들은 추궁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지 않을 정도로 신랄해 마치 「깐깐한」 야당의원의 질의처럼 보였다. 그러나 발언자는 최돈웅 정필근 나오연의원등 모두 민자당의원이었다.

 물론 이보다 더 강한 톤으로 피감사기관을 몰아붙인 야당의원도 많았지만 여당의원이 야당 못지않게 질의의 수위를 높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이들 의원들이 평소 말을 아끼는 「온건파」라는 점에서 강도높은 질의가 내포하는 의미는 결코 간단치 않았다. 재무부나 한은의 간부들은 『여당의원들이 독해졌다. 누가 야당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쉴 정도였다.

 그리고 이는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라는 해석으로 이어지며 우리경제의 심각성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 거친 표현의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여당의원들의 오기에는 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야의원들 대부분이 이런 해석에 수긍했고 피감사기관들도 『고마운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당의원들은 경제난국이나 실명제의 허점을 총론으로만 언급한 것이 아니고 각론으로도 다루었다.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도 전달됐다. 『기업경기조사결과 제조업의 경우 전망치가 1백9였으나 실적은 77에 그쳤고 비제조업의 실적치는 65에 불과했다. 설비투자지수가 1·4분기 88에서 2·4분기 87, 3·4분기 82로 내리막길을 걷고있다』(나오연의원) 『실명제이후 내 주변에서도 현찰거래가 성행하고있다』(서청원의원)『차명주식을 현물로 인출해 장외거래로 현금화하고있으며 CD의 변칙할인이 성행, 실명제의 그물 곳곳에 구멍이 나고있다』(오장섭의원)『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바닥세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유돈우의원)

 이처럼 닷새간의 국감기간중 어느 여당의원도 관행이 되다시피한 엄호성 발언을 하지 않았다.  지역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폄하하기에는 발언의 신랄함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여당의원들의 스타일이 바뀐 것도 아니다. 바로 오늘의 경제난, 내일의 어두운 전망이 이들로 하여금 이같은 질의를 던지도록 하고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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