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보수파로 영향력 막강/새체제구축 꼭 넘어야할 과정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이 6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지방의회선거를 12월총선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러시아정국은 또한차례 심한 홍역을 치르게됐다.
옐친의 이번 선언은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소비예트(의회)의 물갈이를 겨냥한 것으로 꼭 넘어야할 과정이라고 할수 있다. 지역소비예트의 뿌리는 무려 7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닌이 1917년 10월혁명직후 「모든 권력은 소비예트로」라는 구호하에 지역소비예트를 공산체제의 근간으로 삼은 것이다. 이때문에 지방의회의장은 공산당간부였을 뿐만아니라 지역내 유지이며 입법·행정·사법권등 모든권한을 행사했었다.
공산체제 붕괴이후 옐친의 개혁정치에 의해 행정·사법권이 분리됐으나 지방소비예트는 여전히 지방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91년 구소련헌법에 따라 구성된 각 지역의회는 대부분 보수파인사로 채워져 있으며 최고회의및 인민대표대회 대의원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옐친은 91년 불발쿠데타이후 지역행정책임자를 자파인물로 교체하는등 지역의회의 영향력 약화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옐친은 지난달 21일 의회해산 포고령선포이후 지역행정·입법부 지도자들로 구성된 「연방평의회」에서 의회해산조치와 신헌법제정, 의회·대통령선거등 정치일정을 승인받으려 했으나 의회의 거센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5, 6일 연방평의회를 소집하려다 이를 연기한것만 봐도 지역의회의 저항이 어느정도인지 쉽게 알 수있다.
옐친이 대국민연설에서 총선실시를 재확인했으나 지역행정책임자와 의회간 대립이 심각해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지는 미지수이다.
옐친은 또 『모스크바의 유혈사태가 지방의회지도자들의 부추김때문에 일어났다』며 『해결책은 새로운 지방선거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옐친의 요구대로 의회를 자진해산하고 선거를 실시할 지역이 얼마나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모스크바시의회처럼 대통령권위에 도전하는 지역의회를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해산시키기는 더욱 불가능한 실정이다.
러시아는 동서간거리가 1만에 이르고 시간대만도 9시간에 걸쳐 있어 모스크바가 힘으로 지역을 평정하려면 엄청난 희생이 뒤따른다.
또 몇개의 지역이 연합해 연방과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대항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실제로 지난주 시베리아 일부지역의회지도자들이 모임을 갖고 자치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위협한 일도 있다.
각 지역이 옐친에게 굴복, 지역의회선거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친옐친의 개혁인사가 선출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러시아의 한 지역문제전문가는 『각 지역에 참신한 지도자가 등장하려면 최소 몇년 혹은 최대 한세대의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제2의 러시아혁명」은 결코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며 옐친은 지역의회선거공표로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게됐다. 【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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