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국들 전면금지 요구 움직임/미·영·불 등도 재개 가능성 높아 중국의 지하핵실험이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대량살상무기확산은 환경파괴와 더불어 21세기 인류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핵확산문제는 그 절박성에 있어 환경문제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심대하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등 서방국가들은 지금 95년에 만료되는 NPT의 영구연장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NPT탈퇴를 놓고 서방국가들이 압력을 가하는 이유도 바로 북한의 조치가 NPT연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NPT는 68년 체결되고 25년 시한으로 70년부터 발효됐다. 따라서 95년에 연장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약연장을 위해 1백57개 회원국은 지난 5월 유엔본부에서 제1차 준비회의를 가졌으며 내년 1월 2차회의를 열 예정이다. 중국이 핵실험을 재개하기 이전부터도 내년의 조약연장협상은 대단히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예견되어 왔다.
NPT는 한마디로 불평등조약이다. 조약체결당시를 기준으로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 브라질 알제리 파키스탄등 여러 나라는 현재까지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 조약가입국중에도 수많은 제3세계국가들은 이 조약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고, 95년 조약연장을 핵보유국들에 대한 압력의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비핵보유국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양적 확산만 막을 것이 아니라 질적인 확산도 막아야 된다는 것이다. 즉 비핵국가의 핵개발은 금지하면서 핵보유국만 새로운 핵무기를 계속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사실 NPT의 기본철학은 궁극적으로 지구상의 핵무기를 완전제거하는것이다.
따라서 95년 조약연장을 놓고 가장 크게 부각되는 이슈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체결이다. 비핵국가의 핵개발만 막지말고 핵보유국도 핵실험을 완전 중지하는 조약을 추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제3세계국가들은 만약 핵보유국들이 핵실험금지를 안한다면 미국등 서방측이 의도하는 조약의 무기한연장에 협조할수 없다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탈냉전무드와 이같은 국제여론에 따라 핵보유국들은 최근 수년간 핵실험을 사실상 유예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협정을 맺고 이에 따른것은 아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이 먼저 일방적인 핵실험중지선언을 했다. 이에 자극받아 미국의회가 핵실험중지를 결의, 92년 조지 부시대통령이 할수없이 93년7월까지 실험중지를 선언했다. 미국과 같은 핵실험장을 쓰는 영국도 핵실험중지를 했다. 프랑스도 따랐고 중국도 아무런 선언없이 실험을 중지함으로써 하나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클린턴대통령은 올해 7월 다시 미국의 핵실험중지를 94년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94년에 집중적으로 벌어질 NPT연장을 위한 협상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다만 클린턴대통령은 다른 핵보유국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이런 상황아래 중국이 지난5일 핵실험을 재개하고 나선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이 연쇄적으로 핵실험을 재개하고 95년 NPT연장이 난관에 봉착할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유엔외교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문제의 열쇠는 중국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정치적인 의도로 핵실험을 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고 넘어갈것으로 전망된다. 즉 미국이 북경 올림픽을 저지하고 인권문제를 부각하는등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린데 대한 불만의 표시와 힘의 과시에 본뜻이 있다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을것이며 따라서 미국등은 그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핵실험을 하는것이라면 실험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미국 영국 프랑스등도 핵실험을 재개하게 될 우려가 높다. 이경우 NPT협상은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유엔본부=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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