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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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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장명수 칼럼)

입력
199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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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솝씨가 뛰어날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음식만들어 먹이기를 좋아하여 늘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한 선배가 요리책을 펴냈다. 어떤 까다로운 요리도 자기손으로 척척 만들어내는 그는 요리책도 홈메이드로 만들었다. 그가 쓴 원고를 아들들이 컴퓨터로 정리하고 프린트하여 1백권을 제본했다. 책 표지에 날아갈듯한 궁체로 쓴 「매일 해먹는 음식만들기」라는 책 제목 붓글씨도 저자인 장선용씨의 솝씨다. 책에는 국·찌개·조림·볶음·찜·장아찌·나물등과 별미음식·중국요리·후식등이 고루 실려있는데, 첫장을 열면 「며느리에게」라는 전문이 나온다.

 『…애기키우랴 살림하랴 공부하랴 너희들 너무 바쁘겠다. 허구헌날 끼니때마다 뭘 해먹니. 나는 대학졸업후 직장에 다니느라고 음식만드는 법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막상 결혼하여 음식을 하려니까 막막하더구나. 그때 내가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며 음식만드는 법을 알기 쉽게 적었으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첫째 조건은 정성이라고 본다. 귀찮다는 생각, 그저 한끼 때우겠다는 생각으로 만들면 이상하게 맛이 없게 되지. 둘째 조건은 간이 맞아야 한다. 간장·소금·설탕등 기본적인 것들은 정확한 양을 넣어야 해. 적당히 넣고 맛보고, 맛보고 하면 나중엔 혀도 제구실을 못하게 되지. 숙련공이 되어 눈대중으로 잘 할수 있게 될 때까지는 정확하게 양을 재어 넣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 책은 요즘 쏟아져 나오는 요리책들처럼 호화롭지도 않고, 컬러 화보 한장 없지만, 자세하고 친절하다. 멀리 미국에 사는 내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손녀들에게 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알뜰살뜰 배어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다른 요리책에서 얻기 힘든 실질적인 정보를 이 책에서 얻을수 있다.

 『국은 고기에서 떼어낸 기름, 잡뼈, 양지머리등 여러가지 부위를 함께 넣어서 고는 것이 한가지 고기를 고는 것보다 맛이 좋더라… 콩국을 만들 때는 좀 번거로우니까 콩을 삶아서 껍질을 벗긴후 콩 한컵에 물 한컵을 섞어 비닐봉지에 담아 얼렸다가 먹고 싶을때 녹여서 믹서로 갈면 편리하단다… 찌개는 약한 불에서 오래 끓여야 맛이 좋더라. 처음에 간이 맞으면 오래 끓이는 동안 짜지니까 좀 싱겁게 해야 한다… 냉동 생선은 찬물에 담가서 얼음을 빼도록. 더운물에 담그면 맛도 없고 살이 물러져서 좋지 않다… 미국에서 불고깃감을 살때는 고깃간에서 베이컨 같이 썰어달라고 하면 알맞게 썰어 주더라… 오이볶음은 소금에 절인 오이를 헝겊에 싸서 물기없이 꼭 짜야 하는데, 너희들이 하면 손목이 아프니까 남편한테 도움을 청해라… 시금치를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시금치를 넣으면서 불을 끄고 한번만 뒤적이면 적당하게 데쳐진다…』

 그 선배는 두아들을 모두 고등학교 동창들의 딸과 혼인시켜 사돈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그가 며느리들을 맞으며 준 선물은 그 자신이 붓글씨로 쓴 성경말씀(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로 시작되는 고린도전서)이다.

 그 선배는 이 시대에 우리가 상상할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시어머니의 선물을 며느리들에게 주었다. 그 요리책 속에는 키가 작은 그 선배의 크나큰 가족사랑이 가득하다. 그 언니의 손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손처럼 투박하고 푸근하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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