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일땐 한반도 고대사 일대변화 초래/북한정권 정통성제고위한 조작가능성도 북한사회과학원이 평양 강동군의 단군릉에서 단군과 부인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굴됐다고 발표한 이후 우리측 학계에서는 이 발표의 신빙성을 놓고 당초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에서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종교(총전교 안호상)는 수뇌회의격인 전교(전교)회의를 3개월만인 7일 열고 북측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학술회의개최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어쨌든 민족 시조의 실존여부와 관련해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지난5일 판문점실무접촉에서 북측대표단과 기자들은 입을 열면 『반만년 역사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민족의 위대한 승리』라며 북측이 단군릉 발굴을 국가적인 축제분위기로 연결시키고 있음을 전해주었다. 북한의 발표요지는 단군릉에서 두사람분에 해당되는 86개의 뼈가 출토됐으며 이를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 측정한 결과 약5천11년전(기원전3018년께)의 것으로 확증됐고 금도금한 청동판 왕관세움장식과 역시 금도금된 청동제 돌림띠가 발굴됐다는것.
사실일 경우 우리측에서는 단군신화가 실증될뿐 아니라 동국통감의 기술에 의존, 기원전2333년을 기점으로한 단기를 고쳐야하고 청동기시대의 도래를 두배이상 앞당겨야 하는등 한반도 고대사의 혁명적 변화가 초래된다.
이에대해 윤세영고려대교수(고고학)는 『현재의 측정법으로는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3000년대 유물을 측정해도 3백∼4백년의 편차가 난다』며 『우선 정확한 연도까지 발표했다는데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또 『이 발표대로라면 기원전 1300년이후로 알려져온 한반도의 청동기시대가 중국황하유역, 인더스강유역보다 앞서게 된다』며 『남측에서도 황석리 지석묘 제13고분에서 키1백73㎝가량의 유골과 청동기가 발굴된 적이 있으나 연대적으로 훨씬 뒤의 일이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선복교수(고고학)도 『잠깐 떠들고 사그라질 얘기』라며 『절대연도 측정은 일종의 확률계산으로 정확한 연도산출이 불가능하며 같은 유물이 다른 곳에서 한번도 발굴되지 않았다는것도 신빙성이 결여되는 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손보기단국대초빙교수는 『북측이 사용한 전자상자성공명법은 80년대들어 각국에서 사용, 인정되기 시작한 ESR(Electronic Spinning Resonance)방법으로 유골의 자세한 연도추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교수에 의하면 ESR는일본에서 「전자스핀공명법」으로 불리는 측정법으로 일본 오사카대학 이케야 모도지교수에 의해 고고학분야에 실용화돼 수년전 북한에서도 이를 도입해간 뒤 2백50여군데에서 지질조사를 마쳤다는것. 물질의 전자에 생기는 흠을 측정, 연대를 추정하는것으로 북경에서 출토된 뼈를 40만년전까지 계산한 적이 있다는것.
손교수는 『단군사당이 있는 지역에서 이같은 유골이 발굴됐다는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금장식이 있는 청동기가 5천년전에 제작됐다는 부분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5년전 미화5만달러상당의 측정기를 도입, 사용하고 있는 서강대 김영덕교수(물리학)도 계산착오에서 오는 오차는 있으나 연도측정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조선통사등 역사에서 단군을 원시공산주의시대의 군장으로 실존인물이라고 서술은 해왔으나 고조선의 건국연도를 기원전10세기께로 삼아왔으므로 스스로의 역사서도 고쳐야할 판이다. 북한의 TV방송들은 아직 김일성의 유적시찰장면만 방영했을 뿐 유골과 유물은 보여주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준다. 지난91년 북한의 언론들은 황해남도 신원군에서 고구려 장수왕이 남하정책을 위해 평양성에 버금가는 규모로 건설한 「남평양」의 유적을 발굴했다고 보도했으나 후속 학술발표나 유적을 공개하지 않은 전력도 있다.
북한은 또 최근 고구려의 전신으로 기원전 5세기께 건국된 구려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학설을 발표, 평양부근에 정통성있는 국가가 일관적으로 계속돼 왔다는 사실을 고증키 위해 애써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정통성 제고를 위해 단군릉 발굴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다는 견해가 일부 전문가들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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