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이 없으면 무질서와 혼란을 피할 수가 없다. 규범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마땅히 존중하고 지켜야 할 현실의 원리이자 양식이다. 비록 일부의 현상이긴 하나 우리 사회엔 규범을 무시하고 무력화 하는 경향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인 실례는 얼마든지 찾아보게 된다. 지난 추석 연휴만 해도 그렇다. 귀성차량이 기어간 고속도로가 쓰레기장이 되었다는 부끄러운 소식이 또 전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인적이 스치거나 인파가 밀린 뒤끝은 대체로 비슷하다. 쓰레기만 버려진게 아니고 사회규범이 팽개쳐져 있다. 이 가을철 단풍행락길의 추태가 또 어떨까 언짢다.
인기 높은 경기가 벌어지는 운동장의 일그러진 모습도 여전하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은 다시 관중의 무규범으로 크게 얼룩졌다. 입장전엔 암표상이 활개 치고, 3만의 대관중은 자제를 잃었다. 응원의 함성은 좋지만 마구잡이로 경기장에 오물을 던져 흐름을 끊었다. 게다가 대열전의 뒤끝은 엄청난 쓰레기로 덮였다. 대운동장을 대쓰레기장으로 뒤엎어 버린 꼴이 아닌가.
이것이 지금의 우리네 놀이문화나 스포츠문화의 수준이라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구차한 자기변명이나 자위를 애써 경계해야 한다. 흥분하기 쉬운 경기니까 어쩔수 없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다. 운동선수가 규칙을 지켜야 하듯 관중도 집단의 규범을 지킬 의무가 있는것이다.
경기장은 쓰레기장이 아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절대로 아니다. 밀물처럼 닥쳤다가 반대로 썰물처럼 깨끗이 빠져 나가는게 관객의 올바른 매너이다. 하물며 쓰레기를 담아 가 달라고 나눠준 주머니를 그 자리에 버리고 가는것은 자기 양식을 버린것이나 다를바 없다. 쉬고 놀며 즐긴다는것은 자기 순화의 방편이지 스트레스 해소나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와는 엄격히 구별할 필요가 있을줄 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공해는 기를 쓰고 마다하며 남에게 몰리는 공해는 상관않는다는 의식은 자기모순에 지나지 않는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은 결국 질서의식의 소산임을 거듭 강조하게 된다. 반질서와 무질서가 바로 사회의 공해이며 죄악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비단 경기장에만 해당되는 사실은 아닐것이다.
마침 정부도 국토대청결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것은 시의적절하다.
환경의식과 질서의식이 병존할 때 사회규범은 강화되고 우리의 생활도 그만큼 쾌적하게 변해 갈것이다. 쓰레기장이 되는 고속도로, 오물야적장이 되는 운동장은 더 이상 방관하지 못한다. 자율의 질서를 한층 고양시켜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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