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초반 열기를 올리고 있는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국회의 존재가치이다. 활동이 개시된지 수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숱한 부조리가 드러나고 있다. 말로만 막연히 전해지던 비리가 구체적인 수치로 표면화하는가 하면 풍문으로 들리던 부정사건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그중 충격적인 것중의 하나는 재벌기업의 여전한 구조적 모순이다. 한마디로 재벌은 「빚더미에 올라탄 문어발 기업군」임을 말해주고 있다. 30대 그룹이 전체 은행대출의 17%(28조6천4백56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재무구조도 평균 부채비율이 3백59%. 어떤 재벌은 1천1백63%에 이른다. 거느린 업종은 평균 20개가 넘는다. 이쯤되면 새정부의 재벌 규제구호가 무색해진다. ◆재벌의 금융지배현상도 더욱 심화되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 은행들은 또 어떤가. 대출했다가 못받게된 불실채권이 3조원(지난 6월말현재)에 가깝다. 반년사이에 5천2백억원이 늘었다는 통계이다. 가계대출금의 20%가까이를 은행임직원들이 가져갔다는 대목에서는 입이 벌어진다. ◆그뿐 아니다. 주택공사가 아파트 분양면적을 속여 폭리를 취했다는 어느 의원의 폭로도 국민을 분노케한다. 국가기관들이 소속공무원들의 탈세를 조장, 1천억원의 소득세를 누락시켰다는 사실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또 밀수업체에 정부자금을 지원한 어처구니없는 행정비리도 충격적이다. 사법부의 정치판사명단이 밝혀져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외에도 많이 있다. 국회에 의한 제2의 사정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불과 수일만에 밝혀진것이 이정도라면 앞으로 남은 17일동안 얼마나 많이 적발될까. 국회와 국정감사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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