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안전도 점검위해 실험 불가피”/완전폐기 않는한 막을 장치 없어 중국의 핵실험재개는 국제사회에 핵실험 도미노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미국은 즉각 핵실험재개 준비를 선언했고 여타 핵보유국들도 그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탈냉전이후 확산되고있는 핵실험 금지조류속에서 중국이 던진 핵실험파문과 핵보유국의 반응을 모아본다.【편집자주】
○핵 전면폐기 논의일듯
▷미국◁
중국의 5일 지하핵실험은 적어도 2가지면에서 미국의 비위에 거슬리는 행위이다. 첫째는 소련붕괴이후 형성되고 있는 전세계적 핵감축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것이고 둘째는 9월17일 클린턴미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중국측에 지하핵실험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핵실험을 강행하고 말았다는것이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핵실험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가 중국의 핵실험 강행으로 세계유일의 「슈퍼강대국」 체면을 손상당한 셈이다.
때문에 클린턴대통령은 핵실험직후 즉각 에너지부에 필요한 경우 내년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할것을 지시했다. 중국이 핵실험을 한 이상 미국도 그동안 자발적으로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보복 경고다.
중국에 이어 미국이 실험을 재개한다면 프랑스 러시아등 다른 핵보유국이 이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세계핵실험 중단노력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과학적인 입장에서만 보면 핵보유국이 핵실험을 계속해야 한다는것은 거의 당연한 논리로 통한다. 미국의 경우 수천개나 되는 핵무기의 안전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핵실험이 불가피하다는것이다. 핵무기는 스스로 반감기를 갖고 변화해가는 농축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의 변화정도를 실험을 통해 확인해 두어야한다. 다시 말해 같은 조건으로 만든 핵무기가 1백개 있다고 한다면 이중 하나를 일정한 기간뒤에 폭발시킴으로써 나머지 핵무기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 검사해야 하는것이다. 또한 핵실험을 통해 기존핵무기의 단점을 찾아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핵실험은 필요한것이다.
중국은 이번 핵실험 이유를 보유중인 구식 원자탄이 우발적 요인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보다 안전하게 개량하기 위한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과학적으로는 납득할만한 이유이다. 특히 미국은 96년 전면적인 핵실험금지협정 체결을 목표로 94년 1월부터 협상을 갖자고 제의해 놓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15개월 핵실험유예기간 선포는 상대적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미국은 이미 안전하고도 효율적인 핵무기를 개발해둔 상태여서 당장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중국처럼 기술이 뒤떨어진 나라는 핵무기의 안전도증강을 위해서도 핵실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세울수도 있다.
물론 핵실험을 재개하면 핵확산위험은 그만큼 더 커진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만도 1만여개를 넘고 있어 단순한 안전관리 차원을 떠나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장치를 개발하든가 폐기시킬수 있는 논리를 정립하지 않는한 세계 각국의 핵실험 유혹은 계속될게 틀림없다. 클린턴정부는 핵무기가 영원히 필요하지 않는 새로운 국제질서 구상을 먼저 밝히고 이를 실천에 옮겨갸야할 책임을 안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러 혼란정국수습 급해
▷러시아◁
중국의 핵실험 재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당분간 핵실험을 재개하지는 않을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우선 핵실험여부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10·4 유혈사태이후 후속조치 마련과 12·12 총선대비책에 골몰하고있는 옐친행정부로서는 화급한 정치일정을 제쳐놓고 다른 일에 매달릴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것이다.
러시아는 또 현재 우크라이나 카자흐 벨로루시등이 갖고 있는 구소련의 핵무기를 회수, 폐기시키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있다. 이 계획은 9월초 우크라이나와 핵탄두철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때문에 러시아가 섣불리 핵실험재개의사를 피력할 경우 우크라이나민족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있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핵탄두의 이관을 재고할 가능성이 높아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 특히 옐친행정부는 현경제상황이나 대서방관계를 고려, 핵실험의 전면금지를 적극 주장해 왔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불 실험가능성 희박
▷프랑스◁
92년 4월 일방적으로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세계 3대핵강국인 프랑스는 중국의 핵실험 재개에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언론들은 정부가 이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의 핵실험 중지결정에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정부는 핵실험중단후 정부내에 핵억지력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핵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핵실험문제는 미테랑대통령과 발라뒤르총리의 우파내각 사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의 핵실험재개를 계기로 전통적 핵강국인 프랑스내에 핵실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들은 프랑스정부가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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