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카드」에 맞대응 전략/북핵해결 부정적 영향 우려 중국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클린턴미국대통령이 주도한 「15개월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움)체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15개월 핵실험 유예 체제」는 지난 92년 10월 미의회가 설정한 9개월간 핵실험 유예를 클린턴대통령이 지난 7월3일 오는 94년9월30일까지로 15개월간 연장함으로써 성립되었다.
미국의 일방적 주도로 성립된 이 핵실험 유예체제가 1년가까이 지켜질 수 있었던것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막아야한다는 명분을 거스를수 없는데다 이 체제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할 경우, 핵실험을 먼저한 국가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핵실험유예체제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국가는 러시아, 영국, 프랑스이며 중국은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이 체제의 존립기반을 뒤흔들어 버린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15개월이라는 기한을 언급함이 없이 「다른 나라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으로 이에 동의할 정도로 이 체제의 기반은 취약했다.
클린턴대통령이 지난달 17일 핵실험을 하지말라고 공개경고했음에도, 또 당연히 뒤따를 세계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 체제를 무너뜨린것은 일단 미국은 「인권카드」에 대응하여 중국이 「핵카드」를 쓴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인권공세는 중국이 수년간 거국적 노력을 기울여왔던 「2000년 북경올림픽 유치」를 물거품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측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것은 클린턴 행정부의 인권공세가 단지 올림픽의 경우에만 그치지 않으리라는것이다. 특히 중국이 우려하는것은 최혜국대우(MEN)갱신문제다.
클린턴대통령은 올해 MFN을 연장하면서 다음해에는 인권개선의 정도를 보아 연장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클린턴의 조건은 결국 중국이 매년 한차례씩 미국의 「인권심사」를 받아야한다는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에는 내년 6월을 앞두고 강력한 협상무기가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핵카드」를 구사한것이다.
중국이 핵실험을 강행한것은 또 중국의 행동이 다른 핵강국들의 동일보조에 분열을 가져올것이라는 계산때문이다.
핵실험의 강행이 중국의 고립을 가져오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지도력에 손상을 가져오며 또 한편으로는 중국의 협조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도 가져올것이라는 계산이다. 중국은 여기에다 미국내 여론의 분열마저 겨냥했을지 모른다. 의회의 모라토리움 연장을 앞두고 미국내에서도 핵실험 재개 필요성에 대한 만만치 않은 요구가 있었다. 중국의 핵실험강행은 북한 핵문제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핵실험을 재개한 중국의 대북한설득 입지가 약화되리라는 점보다도 미국주도의 해법에 중국측이 의도적으로라도 사보타지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둔다.
그러나 핵실험재개가 미국, 더욱 좁혀 말하자면 클린턴행정부를 겨냥한 측면이 농후하기때문에 오히려 낙관할 근거도 없지 않다. 대량파괴무기의 확산방지라는 대의명분에는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위해 북한 핵문제해결노력에 보다 적극적일 수도 있기때문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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