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특공대 “유혈피하자” 2차례 설득/대의원들 항전결의… 촛불켜고 기도도/루츠코이,조르킨에 “도와달라” 호소 4일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러시아정부군의 의사당공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 취재했던 로이터통신의 두기자는 의사당밖에서 진압작전을 편 알파특공대소속 군인들의 표정과 의사당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상세히 전했다.이날 사태의 전모를 이들 특파원의 르포를 중심으로 재구성한다.【편집자주】
정부군이 머물고 있던 의사당 맞은편의 우크라이나호텔에는 4일 아침까지도 긴장된 분위기를 별로 느낄수 없었다.이들중 일부가 국회의사당을 공격하고 있을때에도 호텔에서는 포도주와 피자를 즐기고 있을 정도였다.한 장교는 호텔의 낡은 피아노로 팝송 「필링스」를 연주하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하늘에서 콩볶듯하는 총소리가 들리자 정부군 병사들은 손에 들고 있던 포도주잔을 꿀꺽 들이켰다.
이때부터 의사당내에 있던 최고회의 대의원들은 촛불을 켜놓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몇차례 파상공격후 잠잠해진 정오께 알파특공대장교 2명이 비무장인채 의사당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이곳에는 민간인도 있는것으로 안다.유혈사태를 보고 싶지 않으니 떠나고 싶은 사람은 밖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라』고 말했다. 대의원들은 단호히 이 제안을 거부했다.강경파대의원인 미하일 첼로코프는 여성을 포함한 3백여명의 지지자들에게 『조국을 위해 전사하는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결사항전을 촉구했다.
이어 탱크 및 장갑차들의 공격으로 의사당 건물내부 곳곳이 부서졌다.구소련의 공산당배지를 단 11∼15세의 어린이 12명이 가끔씩 창문을 내려다보면서 군병력의 이동상황을 체크했다.이들의 지도자인 20대청년은 어린이들에게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무언가를 먹고나서 배에 총을 맞으면 살기 힘들다』라는 설명이었다.
건물 위층에서 불이 나면서 건물틈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화가난 루츠코이부통령은 통화중이던 발레리 조르킨 헌법재판소장에게 『그들은 살인자다.우리를 겨냥해 사격했으며 탱크로 사람을 깔아버린다.당신이 진정 기독교도라면 무엇인가 해야할것 아닌가』라고 소리쳤다.구겨진 넥타이를 풀지 않은채 앉아있던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은 『옐친이 이런 일을 할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왜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지』라고 중얼거렸다.
정부군의 공격이 시작된뒤 의사당 바깥에 5구의 시체가 나뒹굴었다. 쉴새없는 포격으로 의사당바닥은 피와 깨어진 유리로 뒤범벅이 됐다.가구들도 산산조각 났다.정부군의 포격이 끝날때까지 의사당안에서만 20여구의 시체를 봤다.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 분명하다.
하오4시가 조금 넘어 포격소리가 진동하는 가운데 알파특공대원들이 다시 의사당내로 뛰어들어왔다.그들은 손에 크라슈니코프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그들은 『제발 무기를 버리고 우리를 따라 주시오』라고 설득했다.그가 설득을 하는 동안에도 밖에서는 총성이 계속 울렸다.전문적인 대테러요원들이지만 되도록 불필요한 유혈사태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의사당안에 있던 대의원·취재진·국회직원들은 이들 알파특공대에게 몇차례에 걸쳐 몸수색을 받은뒤 쏟아지는 햇살속으로 걸어나왔다.수일동안의 농성으로 누더기가 된 옷을 걸친 한 젊은이는 『이제 살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의사당밖에서 적의에 가득찬 군중들은 포성에 잔뜩 겁을 먹고있는 우리를 노려보면서 『루츠코이를 빨리 데려와』라며 고함을 질렀다.
불과 몇시간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간단히 끝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정리=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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